‘왕자가 머시라꼬’ 메갈 티셔츠 후속 버전 시끌시끌…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6-08-04 10:46
4·13 총선 때 정의당 후보로 부산 기장군에 출마했던 시사만평가 이창우씨가 메갈리아(메갈) 티셔츠의 후속 버전을 판매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메갈 사태로 홍역을 앓는 정의당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는 비판과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창우씨는 “정의당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여성주의에 대한 학습과 토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4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이창우씨가 공개한 메갈 티셔츠 후속 버전. 페이스북 캡처

논란은 이창우씨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갈 티셔츠 후속 버전을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창우씨는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girls do not need a prince’ 후속 버전의 티셔츠 이미지를 만들었다”면서 “원가는 5천3백원이고 1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칼럼니스트 정희진 선생 초청강연 비용으로 쓸까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50장 이상 주문이 들어오면 우선 제작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계좌번호와 함께 글을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정희진씨는 여성학자입니다. 지난달 말 한 언론에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메갈 티셔츠 후속버전은 ‘왕자가 머시라꼬’라는 한글 문구와 ‘Be the queen on your own’이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애초 메갈리아4 페이스북 페이지가 판매했던 티셔츠에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이 문구는 메갈과 워마드 회원들이 넥슨 시위 때 함께 외치는 구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티셔츠 속 캐릭터는 워너브라더스사의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데니스’에 등장하는 곱슬머리 소녀 마가렛이다. 1995년 여성인권운동가 앤 몰리버 루벤이 ‘언젠간 여성 대통령이 나올 거야(Someday a woman will be president)!’라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티셔츠를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했는데 월마트가 판매 철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 캡처

메갈 티셔츠 후속 버전 판매를 놓고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습니다. 수십명의 페북 친구들은 이창우씨의 티셔츠 판매를 공감하며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메갈과 워마드를 남성혐오사이트로 판단한 네티즌들은 정의당이 어떻게 극단적 혐오주의자들의 행태를 따라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티셔츠를 둘러싸고 표절 논란도 일었습니다.

티셔츠 속 캐릭터는 워너브라더스사의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데니스’에 등장하는 곱슬머리 소녀 마가렛입니다. 1995년 여성인권운동가 앤 몰리버 루벤은 마가렛이 ‘언제인간 여성 대통령이 나올 거야(Someday a woman will be president)!’라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티셔츠를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했습니다. 일부 고객들은 그러나 ‘너무 정치적이다’며 항의했고 월마트는 “가족적 가치에 맞지 않는다”며 티셔츠를 철수했는데요. 결국 전국 각지 여성들이 나서 수만장을 더 주문했다는군요.

어쨌든 네티즌들은 앤 몰리버 루벤의 경우 워너측 허락을 얻었지만 이창우씨는 허락을 얻지 않았으니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창우씨는 애초 “2차저작 패러디는 독립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알았고 영리 목적이 아니라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고 답변했는데요. 그러나 그의 페북에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도 출처 표시가 없다면 저작권 침해’이며 ‘좋은 일에 사용한다 해도 금전으로 판매하는 이상 영리목적이 인정돼 저작권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이창우 페이스북 캡처

이창우씨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다시 “앤 루벤의 그림을 살짝 수정한 것이고 원출전을 충분히 밝혔는데도 표절했다는 식”이라면서 “메갈 논쟁의 한복판에서 진행되다 보니 특유의 ‘진영론'이 작동하는 것이다. 기왕 벌어진 판이라면 회피하거나 봉합하기보다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노는 게 좋겠다”고 적었습니다.

 또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메갈리아4겠지요? 마이너리그가 이렇게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니”라면서 “정의당도 이걸 부담스럽다고 묻어두려고만 하지 말고 ’여성주의'에 대한 학습과 토론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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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