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통학버스 안에서 8시간 방치돼 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4살 어린이가 어머니가 챙겨준 빈 물통이 담긴 비닐을 찢을 정도로 목이 말라 발버둥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닷새째 의식이 없는 아들 곁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는 통학버스 안에서 가져온 아들 가방을 보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어린이의 어머니는 지난 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통학 버스 안에서 발견된 아이 가방 안에서 뚜껑이 열린 빈 물통과 물통을 쌌던 비닐봉지가 찢어진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머니는 “아이가 7시간 넘도록 극심한 갈증과 고통에 물을 마시려고 봉지를 찢고 빈 물통을 열어 물을 마시려고 한 것 같다”며 “아이가 물을 찾던 흔적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지난 29일 통학버스에서 발견당시 어린이의 체온은 41.6도였다. 이후 어린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닷새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당일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3도였다. 밀폐된 버스 안 내부 온도는 70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경찰은 인솔교사와 버스기사, 원장 등 4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인솔교사와 버스 기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유치원 원장과 주임 교사는 업무상 과실 혐의가 적용됐다.
운전기사는 경찰조사에서 “선팅이 짙게 돼 있어서 피해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교육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안전 담당 장학관들이 모여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까지 13살 이하 어린이의 통학차량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상태가 위독한 어린이는 앞으로 2~3일이 고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