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독방을 나오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메갈 사태 이후 더 이상 혼자서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됐다는 뜻이 담긴 제목입니다.
홍씨는 자신이 겪은 성적 모욕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22살, 인터넷에서 반값등록금 집회를 했던 내 사진과 일본 야동배우의 몸과 합성한 이미지가 보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내 몸은 벗겨지고 난도질당했다. 나는 괜찮다고, 미친놈들이라고 여겼다. 여성에 대한 성적 조롱은 흔한 문화였으니까.”
홍씨는 차라리 종북 빨갱이라는 비난을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했다는군요. 그들에게는 그나마 함께 감당해줄 시민들이 있지만 성적 수치심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홍씨는 특히 일베저장소(일베)의 노골적이고 극단적인 성희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습니다. 신상정보까지 노출되는 고통을 겪었지만 누구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당신의 얼굴이 음란한 이미지에 합성이 되고, 이름 나이 학교 주소 전화번호까지 모두 공개되는 공개처형. 너무 수치스러워서 애인과 가족들이 볼까봐 두려운 그런 이미지가 인터넷을 돌아다닌다고 상상해보라. 이것은 살인이 아닌가? 그러나 인터넷은 조용하다.”
홍씨는 그러면서 메갈을 거론했습니다. 메갈이라는 존재를 통해 이성을 겨냥한 혐오가 공론화됐으니 그 존재 자체로는 고맙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일베에 종종 폭력적인 게시물이 올라온다. 이제 수치심에 떨지 않는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로 알게된 메갈리아라고 불리는 어떤 존재는 그냥 존재로 고맙다. 내게는 그런 무게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때 나를 도와주지도, 뭐라하지도 않던 이 세상이 피해자들이 욕지거리를 하니까 봐주기라도하는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솔직한 마음은 감사하다. 소중한 기회다. 숨쉴 기회. 이제 혼자 수치스럽진 않으니까. 케케묵은 독방에서 빠져나왔으니까.”
홍씨의 글에는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많은 페북 친구들은 홍씨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고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반성한다는 글도 많았습니다.
“힘내세요!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분노하지 않았던 제가 부끄러워요.”
“침묵하던 제가 부끄럽네요.”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반박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습니다. 메갈과 워마드가 한국 여성이 처한 상황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일베의 악행을 똑같이 따라하는 점을 어떻게 용인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홍씨는 기사가 나간 뒤 이메일을 통해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선언이나 메갈리아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나 모두 중요하지도 않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이 하나의 적을 정해놓고 하나에만 극도로 분노하고 혐오하는 방식이 파시즘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내 삶의 경험을 서술하며 이런 상황을 환기시키려고 쓴 글”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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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