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을 놓고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 10여 분간 논쟁을 벌였다.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주민등록 기준)한 만19∼29세 가운데 주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달 17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6309명이 신청했고 서울시는 이달 초 대상자를 확정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사업에 이미 ‘부동의’의 결정을 내렸고 서울시가 대상자를 확정하면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고 응하지 않을 경우 직권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박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청년들의 힘들고 안타까운 삶을 언급한 후 청년활동지원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서울시는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긴급한 처방으로서 청년보장정책을 구상하면서 장기미취업 청년들에게 6개월 범위에서 월 50만원의 청년활동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위기의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사회진입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진엽 장관과 이기권 장관은 이 사업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정 장관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구직 활동이 아닌 개인적 활동에 사용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고 이 장관도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유스 개런티는 그런 내용의 사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에 “두 분 장관의 말씀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서울시의 청년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장관 말씀대로 안정된 일자리 그 자체를 보증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래서 사다리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이 정책은 청년들과 2년간 토론하며 함께 만든 정책이고 또 시범사업”이라며 “복지부와 협의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던 것인데 이제 와서 정부가 못하게 하면 결국 사법부로 간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와의 갈등과 대립은 청년들, 더 크게는 국민들께 많은 걱정과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문제”라며 “청년을 보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두 장관이 토론을 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는 청년활동지원사업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지난 2월 2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중앙정부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사업 추진에 대한 협조를 호소하기 위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예정대로 강행할 계획이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시는 복지부가 직권취소 등의 처분을 내리면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낼 계획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박원순 서울시장, 청년활동지원사업 놓고 국무회의서 복지부·노동부장관과 논쟁
입력 2016-08-02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