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최고의 발레리나 가운데 한 명인 알레산드라 페리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주역으로 선다. 페리는 10월 22~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케네스 맥밀란 안무)에 줄리엣 역으로 두 차례 출연한다. 페리는 현재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의 수석무용수인 에르만 코르네호(34)와 10월 23일 저녁 공연과 26일 공연에서 호흡을 맞춘다.
현재 53세인 페리는 지난 6월 ABT에서도 케네스 맥밀란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2007년 ABT에서 같은 작품으로 고별 무대를 가진지 9년만의 복귀었지만 명불허전의 무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 타임즈는 “유연성, 유려함, 그리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녀의 움직임은 변함없어 보인다. 그녀가 보여준 무대 위의 모습은 선명하고 열정적이고 충동적이며 눈을 뗄 수 없는 것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탈리아 출신의 페리는 1983년 19세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가 됐다. 특히 맥밀란이 안무한 드라마 발레 ‘메이얼링’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작품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케네스 맥밀란의 뮤즈였지만 1985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초청으로 ABT로 옮긴 뒤 2007년 44세에 은퇴할 때까지 맹활약했다.
은퇴 후 6년만인 2013년 50세의 그는 이탈리아 스플레토에서 직접 안무 및 주역을 맡은 ‘윗층의 피아노’로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같은 해 뉴욕 시그니처 시어터에서 미국 안무가 마사 클라크가 안무한 ‘셰리’ 초연, 2015년 로열발레단에서 웨인 맥그리거 안무한 ‘울프 작품집’ 초연에 잇따라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 ‘셰리’와 ‘울프 작품집’으로 영국의 권위있는 올리비에상 무용 부문 성취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 마침내 전성기 시절을 상징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출연하게 됐다. 원래 ABT 예술감독인 케빈 맥켄지의 제안으로 성사된 단 한 번의 특별공연었지만 워낙 발레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 2016-2017시즌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도 설 예정이다. 그런데, 올해 한국 무대에서도 그를 볼 수 있게 돼 한국 발레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페리의 초청에 대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 관객들이 그녀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며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50대에 줄리엣을 춤출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발레리나로서 얼마나 자신을 연마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라 춤과 함께 출중한 연기력이 관건”이라면서 “줄리엣은 오늘날 그녀를 있게 한 시그니처 캐릭터다. 젊은 무용수가 표현해낼 수 없는 관록의 무대를 어떻게 보여줄 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