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박성민 작가의 ‘아이스 캡슐’로 아트 피서 힐링을~

입력 2016-08-02 00:38

서울 한남동 조은갤러리 8월2~24일 ‘Ice Capsule-2016 ℃’ 개인전

덥다. 박성민 작가의 ‘아이스 캡슐’ 작품과 함께 무더위를 식히는 것은 어떨까. 그의 개인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조은갤러리(www.galleryjoeun.com·02-790 5889)에서 8월 2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전시 타이틀은 ‘Ice Capsule-2016 ℃’다. 탐스러우면서도 신선한 상태, 시간을 정지시키는 회화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Ice Capsule 100 x 100cm Oil on Canvas 2015

Ice Capsule 110 x 105cm Oil on Aluminum 2015

박성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아이스캡슐(Ice Capsule)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 있는 상상의 오브제로 예술이라는 영원한 생명을 탄생시켰다. ‘생명의 시간’과 ‘소멸의 시간’을 구분 짓는 경계가 바로 ‘냉동’ 또는 ‘얼음’이라는 것이다. 얼음 안에선 적어도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은 잠시 정지된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인 것이다.
2016년 삶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인가. 자신의 온도를 잃고 뜨거워야만 하는 열정의 시대를 강요받는 건 아닐까.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온도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8월 한여름에 열리는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작과 미발표작 등 총 20여점을 공개한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림인가? 사진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피사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니 그림이 분명하다. 그의 작품은 상상의 산물이다. 정밀한 사실의 묘사처럼 보이는 그림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얼음작가’로 널리 알려진 박성민의 열 번째 개인전이다.
Ice Capsule, 140 x 70cm Oil on canvas2016

Ice Capsule36 x 36cm Oil on Aluminum 2015

다양한 형태와 무늬를 띤 백자와 얼음 그리고 그 차가움 속에서도 활짝 꽃피운 빨갛고 파랗고 푸른 생명들이 원초적 자유를 향한 용트림을 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차갑고 무거운 현실의 고난을 헤쳐 나가 순백의 도자기에 오롯이 피어나는 소우주에 정착하는 생명력 넘치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아이스 캡슐’이라는 타이틀로 연작을 그리고 있는 작가는 “얼음같이 차가운 현실이지만 자유에로의 원초적 희망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를 상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정의한다. 순백의 도자기 위에 청량하게 내려앉은, 얼음과 신선한 과일을 보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성민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학과 및 동대학원 회화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시립미술관, 한국민속촌미술관, 문화관광부, 문예진흥원, 거제삼성호텔, 강릉시청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신사임당 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등을 수상하는 등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Ice Capsule 55 x 37cm Oil on Aluminum 2015

Ice Capsule 145 x90 Oil on canvas 2013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알레고리를 담은 그릇’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얼음 바깥으로 삐죽삐죽 튀어 나온 식물들은 언뜻 보면 시원한 야채샐러드 같은 이미지로, 실제보다도 더 실감이 난다. 얼음 속 식물들은 딸기, 블루베리, 청미래덩쿨 등인데, 그 탐스러우면서도 신선한 상태가 시간을 정지시키는 회화의 힘에 의해 영원성을 부여받는다”고 평했다.
좋은 것들만 두루 모아놓은 듯한 그의 그림은 세밀한 묘사력에 힘입어 밝고 명료하며 부정적인 기색이 없다. 그것이 박성민 그림의 대중적 인기를 보증해준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의 붐과 더불어 인기가 치솟은 극사실주의 계열 그림의 특징을 공유한다. 그 또한 이 대열 속에서 ‘인기 작가’가 되었다.
작가는 ‘Ice Capsule'이 타임캡슐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은 정물화 같지만 연출한 사진 이미지에 가깝고, 사진으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회화적 효과들이 포함돼 있다. 삶과 죽음의 순간을 찰나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처럼 그의 그림은 능란한 솜씨의 향연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굳이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고 그냥 즐기고 힐링을 느끼면 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