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20대 네티즌이 해운대 교차로 교통사고로 인해 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질까 걱정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2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와이고수’의 회원 A씨는 전날 밤 ‘뇌전증 환자가 본 해운대 교통사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23살로 대학 복학을 앞두고 있다는 A씨는 뇌전증을 앓아 공익요원으로 군복무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어릴 때 자주 쓰러지며 경기를 일으켰다는 그는 한약을 먹고 10년간 평범하게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종종 시야가 하얘지는 증상을 겪었다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A씨는 수능이 끝난 뒤 술과 게임에 빠져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서 큰 발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A씨는 “21살이 되던 1월 친구집에서 픽 쓰러졌다”면서 “친구 말로는 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거품을 물었다고 했다. 발작이 끝나고는 그냥 잤다고 한다. 일어나보니 부모님이 나를 눈물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고 적었습니다.
A씨는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거친 끝에 ‘원인 불명의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면 자신처럼 약한 정도의 뇌전증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했는데요.
그는 해운대 교통사고에 대해 명백한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고의였든 아니든 사고를 일으킨 죄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허술한 행정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뇌전증 환자는 ‘2년 이상 약 복용, 2년간 발작 없음, 운전면허 취득의 이상 없음을 밝히는 의사의 소견서’ 등을 충족해야 운전면허 자격을 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진신고 대상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습니다. 또 의료기관과 병무청 등에서 치매와 정신질환 등의 중증질환을 가진 사람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돼 있는데요. 이도 6개월 이상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만 통보 대상이므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A씨는 21살부터 2년째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발작은 없었지만 그래도 무섭다고 했습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절대 운전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A씨는 해운대 교통사고의 기사에 달린 험악한 댓글을 거론하며 세상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가 캡처해 올린 댓글에는 ‘간질 환자의 두 팔이나 두 다리를 자르자. 간질환자의 자식을 못 낳게 하자. 비극은 그 대에서 끊자’ 등의 끔찍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그는 “뇌전증 환우들이 겪는 차별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기업 인사 담당자의 60%는 뇌전증 환자일 경우 같은 능력을 가진 다른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불안하다. 앞으로 뇌전증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가혹해질까봐 무섭고 내 미래가 어두워질 것 같아 두렵다”고도 했습니다.
A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세상일은 한 가지 단면만으로는 볼 수 없군요. 글쓴이 앞길에 가시밭길이 없기를” “힘내세요” “이번 해운대 사고를 낸 사람은 이미 교통사고를 몇 번 낸 사람인데도 그렇게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으니. 취업에 좋은 결과 있길” 등의 댓글을 달며 응원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