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와 러시아방송사 RT의 말싸움… “왜곡·편파 보도는 누가?”

입력 2016-08-02 00:10 수정 2016-08-02 00:10
RT가 보도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기사. RT홈페이지 캡처

러시아가 영국 BBC방송처럼 전 세계 시청자를 겨냥해 만든 TV채널 ‘RT’가 미국 대선 기사를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RT 측은 “미국 매체들이 오히려 러시아를 편파적으로 다룬다”고 맞받으면서 미·러의 외교적 갈등이 언론매체에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RT는 러시아가 2010년에 만들었으며 2012년에는 미국 지사를 만들어 미국 관련 뉴스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NYT에 따르면 RT는  미국 대선을 다루면서 노골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옹호하고, 반대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홀대하고 있다.

RT는 최근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가 “솔직히 러시아가 클린턴을 해킹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농담한 걸 갖고 미국 매체들이 요란을 떤다”고 보도했다. 또 민주당 전당대회 소식을 다루며 “버니 샌더스 후보 측의 반발로 혼란 속에 대회가 치러졌다”고 전했다.

최근 대선과 관련해 내보는 영상 역시 샌더스 지지자의 시위장면이 유독 많다고 NYT는 전했다. RT는 특히 “클린턴의 연설 장면 때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졸았다”고 관련 사실을 부각시켰다.

마가리타 시몬얀 RT 보도국장은 NYT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우리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어떤 보도지침을 받지 않고 우리의 시각에 의해서만 보도한다”고 반발했다. 또 “우리의 보도보다는 서방 언론이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폭력배,위협을 주는 존재, 독재자, 부기맨(도깨비 같은 존재)이라고 왜곡하는 게 더 문제”라며 “미국은 우방 독재자에게는 아무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한테만 그런다”고 강조했다. 이메일 사건과 관련해서도 "미국 매체는 해킹된 이메일 내용보다는 확인도 안 된 러시아 해킹설을 10배는 더 보도한다”고 비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