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치자금 유용 문제로 사임한 마스조에 요이치(67) 전 일본 도쿄도지사의 후임을 뽑는 선거가 31일 시작됐다. 방위상 출신 여성 정치인인 고이케 유리코(64) 후보의 당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당선될 경우 첫 여성지사가 탄생한다.
선거는 오전 7시부터 도쿄도 1800여개 투표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투표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NHK방송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투표율은 26.99%로 2014년 당시 20%를 훌쩍 뛰어넘었다.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21명이 입후보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고이케 후보를 비롯해 연립여당의 지지를 받는 마스다 히로야(64) 후보, 4개 야당(민진·공산·사민·생활당) 단일후보 도리고에 순타로(76) 후보의 3파전으로 일찌감치 압축됐다.
고이케는 언론인 출신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환경상을 맡은 뒤 2007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1차 내각 때 첫 여성 방위상으로 일했다. 그러나 이후 2012년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포스트 아베’로 불리던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했다가 당내 비주류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는 육아시설 부족 해결사를 자임하며 요미우리신문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나왔다. 마침 야당 단일후보인 도리고에가 10여년 전 여대생과의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것도 호재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선거 막판 가두연설이나 집회에서도 보육문제 대책 등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NHK는 새 도쿄도지사에게는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동의 보육문제 해소와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 지진에 대비한 방재대책 등의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이케가 당선될 경우 마스조에 전 지사가 한국과 약속한 제2 한국학교 건설이 백지화 될 가능성도 높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 친한파(親韓派) 인사였던 마스조에 전 지사는 2014년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따라 도쿄도 소유 부지를 제2 한국학교 부지로 임대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 내 육아시설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이어졌고, 고이케 등 여당성향 후보들은 제2 한국학교 부지 임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