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실 철제 의자에 앉아 채혈을 하고 대기하다 운 좋게 빨리 베드를 배정받았다. 그런데 가보니 우리 베드가 옆으로 밀려 링거대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았다. 옆 베드 환자 보호자가 밀어 놓은 것 같았다. 백혈병 외래환자들이 이용하는 BMT주사실은 최대한 많은 베드를 놓기 위해 베드 간 간격이 무척 좁다. 그래서 보호자 의자를 침대 옆에 놓을 공간이 안돼 사람이 오가는 복도에 의자를 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옆 베드 보호자는 그 좁은 간격에 자기 의자를 집어넣으려고 우리 베드를 밀어놓은 것이다. 다시 원상복구를 했더니 옆 베드 보호자가 “이렇게 침대를 밀면 어떻게 해”라고 말했다. 처음엔 커튼을 사이에 두고 아내가 “원래대로 해 놓은 거예요”했더니 인영이가 누워있는 베드를 밀친다. 순간 욱해 커튼을 열고 그 아줌마에게 따졌다. 자세히 보라고, 당신이 넘어온 거라고.
하지만 내 욱하는 성격의 단점은 목소리만 커졌지 조목조목 따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내는 항상 제발 흥분해도 논리적으로 조용조용 말하라고 충고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씩씩거리며 병원 기자실에 와 앉아 있는데 화가 나기보다는 짜증이 났다. 왜 수십cm의 간격을 가지고 힘든 보호자들끼리 언성을 높여야 하는지 란 생각에서, 이 나라는 도대체 왜 이따구인지까지 발전했다. 과연 내일 투표를 제대로 하면 바꿔질까? 그렇지 않다는 걸 경험칙 상 알고 있지만 밀란 쿤데라가 말했던 것처럼 ‘그렇게 할 수 밖에.’(2016년4월12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