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빠다 27> 진도

입력 2016-07-31 03:05
학교 다닐 때 인기가 좋았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뻘 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선생님들일수록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폭탄’으로 변한다. 그동안 밀린 진도를 무식하게 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벼락치기는 우리에 앞서 그 선생님들이 먼저 했던 것 같다.

인영이 치료 진도도 약간 늦춰졌다. 원래 오늘 입원하고 내일부터 3차 항암(공고 2차)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혹시나 기대했던 병실은 역시나 잠시 대기 상태. 지난 주 목요일 수혈 차 외래 진료를 갔다 온 게 마지막이니 집에만 6일 연속 있었던 셈이다. 내일은 병실이 안 나더라도 목요일 새벽 외래 진료를 위해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어느새 집에 익숙해진 인영이는 “병원 갈래?”하면 “시로”라며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지난주 받은 인영이 치료 스케쥴을 본다. 1주 휴식-1주 항암 꼴로 이어지는 32주간의 집중 치료기간 중 우리는 지금 7주차에 들어선다. 아직 25주가 남아있고, 집중 치료기간이 끝나도 지루한 유지치료가 기다리고 있다. 아득하지만 그래도 인영이는 지난 6주동안 잘했던 것처럼 남은 120여주도 굳건히 견딜 것이다. 진도가 뒤쳐지건 차근차근 가던 결국엔 학기말시험이 왔고 우리는 방학을 맞았다. 인영이와 우리 가족의 방학도 언젠간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우린 내일 진도 빼러 ‘가자 서울로!’(2016년3월22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