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변기뚜껑도 없지만 감사함으로"

입력 2016-07-30 22:48
한국교회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국가다.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으로 한국인 선교사는 175개국에 2만 8천 여 명이 파송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파송 선교사 숫자는 급감했다.  교회의 신도 수 감소로 인한 재정의 악화와 IS테러등 국제정세의 불안함으로 인한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순종하여 선교사로 떠나는 이들이 있다. 

선교의 최전선에서 초임 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들과 현지인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그들의 첫 걸음에 관심이 간다.

선교사들 대부분은 소속 교단과 교회에 선교 현장의 이야기가 잘 전달 되지 못하고 있음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는 선교 현장에 대한 한국교회의 충분한 소통의 부족이 나은 결과라 하겠다.

선교사들이 땀흘리는 선교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한국교회가 정말 관심을 가지고 동역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고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이제 초임선교사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도록하자. 

그 첫 번째로 김현우, 안은정 선교사 부부를 소개한다. 김 선교사 부부는 지난 6월 26일 김포 제일교회에서 파송 예배를 드리고 7월 11일 필리핀 일로일로 까얀으로 사명을 가지고 떠났다.


                                                                 김현우, 안은정 선교사 부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 전에만 해도 가나? 정말 보내시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출국하는 7월11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주님께 부탁하는 기도를 드리고 짐을 다시 정리했다. 

오전에는 현지에서 쓸 달러를 바꾸고 오후에도 마지막 짐 정리를 한 후, 성도님들의 한 분 한 분의 기도와 사랑을 채운 가방을 들고 드디어 공항으로 갔다. 3시간 전부터 수속이지만 사람들로 붐빌 것을 생각해서 4시간 전에 도착하여 기다렸다. 

가족들, 함께 사역했던 동료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티켓팅을 마치고 마지막 사진을 찍고 출국장으로 가는 그 길의 걸음걸음이 무거웠다. 왜냐하면 두고 가야하는 홀로 계신 어머니, 아직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시는 장인, 장모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을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아들 도영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개구쟁이의 장난끼는 여전하다.


필리핀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체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긴장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 놓았다. 그러나 앉은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도착한 후 그 많은 짐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옮길지 긴장되기 시작했다. 또 미리 보낸 짐들이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도 되었다.

밤 11시 35분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일로일로로 가는 국내선을 탈 수 있다. 필리핀은 국제선과 국내선의 수화물이 바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짐을 찾아 국내선으로 옮겨가야 했다. 밤이라서 그런지 짐을 붙이는 카운데 사람이 없었다. 많은 짐들을 가지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 많은 짐들과 함께 우리는 화장실 옆에 공간이 있기에 이미 깊이 잠든 아들을 수화물 짐들 위에 잘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고 아내와 나는 한참을 쭈그려 앉아 티켓팅 하는 직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1시간이 지났을까?

수화물 짐을 붙이고 일로일로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3시간 더 기다려야 했다. 3시간을 기다리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또 공항 내부는 에어콘 바람이 쎘다. 밖이 더워서 그런지 안에는 에어콘 온도가 낮고 또 바람 세기도 쎄서 오한이 들 정도로 추웠다. 오들오들 떨리는 몸을 붙들고 3시간을 기다리자니 너무 힘들었다.

새벽 4시30분이 되어 일로일로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을 더 가야 일로일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로일로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6시. 

그 이른 아침에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은 집 계약할 때 도움을 받았던 현지인 부부가 우리를 마중나와 주었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렇게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계약했던 집으로 갔다.

감사함도 잠시 계약했던 집을 보니 이제부터 선교 시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왜냐하면 계약하면서 준비해주기로 했던 것들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역시 주변의 시세보다 싼 이유가 있었다. 이유를 들어본즉 집 주인의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거기에 계약금을 다 써야 했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교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경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계약한 집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주방의 싱크대, 전등, 또 샤워할 수 있는 물조자 나오지 않고 심지어 변기 뚜껑도 없었다. 한국이라면 사람을 불러서 하면 될 일이지만 아는 사람이 없기에 난감했다. 또 가까운 마트라도 있었다면 가서 필요한 것을 사서 왔을테지만 가까운 마트도 없고, 차를 타고 30분은 가야 마트가 있을 정도이니...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또 감사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 나가기 원한다.

필리핀 일로일로로 오기까지 먼저는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하심이 크고, 또 모든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서려있음을 느낀다. 아내는 이삿짐이 사다리차를 통해 내려 가는 것을 보며 이삿짐 박스 하나 하나에 장로님들, 권사님들, 집사님들, 성도님들의 얼굴 하나 하나 새겨져 내려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만큼 하나님과 성도님들에게 받은 사랑이 크다. 그렇기에 웃음을 잃지 않고 감사함으로 하루 하루를 선교사로 살아가길 소망하며 그렇게 살기로 다짐해본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