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2] 사랑이 너희를 구원할지어다

입력 2016-07-29 22:33 수정 2016-08-05 00:03

전용관 교수(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전 분명히 사랑하고 있는데 왜 세상은 그대로죠?"

사랑에 갓 입문한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사랑하면 세상이 핑크빛이 된다던데 세상이 왜 어제, 그제처럼 그대로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애인이 있는데도 왜 쓸쓸하고 외로운가요?” 이것 역시 초보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사랑을 시작하면 그간에 느꼈던 쓸쓸함과 외로움이 모두 사라지리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여전히 어딘가가 허전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러한 현상은 환상의 사랑과 현실의 사랑 간의 괴리 때문에 발생한다. 사랑과 연애는 별개다. 사랑은 상대방이 모르게 혼자서도 할수 있지만 연애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사랑과 연애는 다를까? 사랑하니까 연애하는 거고 연애하다 보면 사랑하게 되니 그게 그거고 같은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는 연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연애는 현실에 최적화된 하나의 시스템이다. 서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이 상대의 동의를 구하여 합의한 후 ‘연애관계’가 된다. 이 시스템을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게 애정과 배려는 물론이요, 돈과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애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면 사랑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대접받고 인정받길 원하게 된다. 반면에 사랑의 단계까지 가지도 못하고 끝나는 연애가 수두룩하다. 시작하자마자 허무하게 끝나는 연애도 있고 10년 가까이 지속했지만 결혼에 도달하지 못하는 연애도 있다. 세상에는 심각한 사랑을 싫고 연애만 좋다는 사람도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달콤함과 설렘은 좋지만 막상 연애하는 것은 귀찮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사랑과 연애의 양상은 천차만별인데도 사람들은 대게 사랑과 연애에 대해 비슷한 환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인이 되면 외로움에서 구원받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사랑이라고 해서 다같은 사랑이 아니며, 연애는 내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사랑하고 연애하는가? 사랑이 우리 인생의 해답도 아닌데 말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나의 경험을 돌아보고 철학자나 작가 등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사랑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나의 사랑이야기 

내가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처음 이해한 것은 중학교 3학년 쯤으로 기억한다. 연모하던 초등학교 동창 중 한명에게 편지를 썼고, 그 동창이 나의 편지에 답장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조금 씩 키워갔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그 당시 사랑은 “작은 설레임” 이었을 것이다. 이후 대학교 1학년 봄,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 미처 생각해 보지도 못한 사이 한 세 번 정도 만난 어떤 여인에게 나의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19년만의 첫 키스, 그 강렬함이 내 눈을 멀게 했다.  

나는 그 강렬했던 자극때문에 나로 하여금 그녀를 만날 때마다 육체를 탐닉하고픈 마음으로 빠져들게 했다.  육체적 친밀감 때문에 나는 내가 그녀와 사랑에 빠져 있다는 착각을 들게 했다 (우리는 넘지 못할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 당시 나에게 사랑이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것” 이었다. 

그해 가을 나는 나보다 세 살이나 많은 여인과 심각한 첫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그녀는 나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것은 작은 설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소용돌이’ 였다. 그녀를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왜 사는 것인가?’에서부터 ‘그녀를 나의 아내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질문에 이르기 까지... 하지만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에게 매우 심한 첫사랑의 상처를 남겨 놓고 나의 삶에서 떠나갔다. 그 당시 나는 사랑은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도록 만드는 마력’ 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후 두 번째 사랑을 만났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사랑했다. 그리나 그녀와 가까워 질수록, 나의 미래와 그녀의 미래는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헤어짐이 그녀에게는 큰 충격이었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삶을 찾아갔다.  

이후 나의 세 번째 사랑을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났다. 그녀를 알아갈 수록 그녀는 내 마음을 조금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사랑이 커져 갈수록, 그녀는 나의 사랑은 부담스러워 했다. 나는 나의 순수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거의 보름동안 매일 쓴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모아서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난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혹은 잘못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도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연세대 스포츠 레저학과 전용관 교수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는 매주 금요일 연재된다. 이 칼럼은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혹은 사랑에 서툰 청춘들에게 훌륭한 연애 네비게이터가 되줄 것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