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워싱턴 최대 섹스스캔들… 다시 미궁 속으로

입력 2016-07-29 12:58 수정 2016-07-31 12:03
2002년에 열린 여대생 인턴 찬드라 레비의 추도식 모습. AP뉴시스

2001년 워싱턴DC를 발칵 뒤집은 ‘미 정가 최대 섹스스캔들’ 찬드라 레비 살해사건이 발생 15년만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검찰이 그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남성을 “증거가 없다”면서 석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 검찰은 28일(현지시간) 레비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6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잉그마르 관디케를 석방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관디케가 범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새로운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망 당시 24세로 연방교정국의 인턴이던 레비는 2001년 5월 1일 실종됐다. 1년 뒤 그는 워싱턴 록크릭 공원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레비는 인턴으로 일하며 30년 간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게리 콘디트 민주당 의원과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콘디트는 결혼한 상태였고 레비보다 30년 연상이었다.

사건 뒤 콘디트가 살해범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증거가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은 2010년 레비가 실종된 날 록크릭 공원에서 조깅하던 여성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수감 중이던 관디케라는 청년을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관디케는 함께 수감됐던 아르만도 모랄레스라는 전과 5범의 남성이 재판에서 “관디케가 수감 중 ‘레비를 살해하긴 했어도 강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증언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새로운 증거’는 바브스 프롤러라는 한 여배우가 녹음한 모랄레스의 음성파일이다. 프롤러는 모랄레스와 친구로 지내다 자신을 협박하는 등 괴롭히자 발언을 몰래 녹음했다. 그 녹음 가운데 모랄레스가 “과거 레비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대목이 있었다. 프롤러는 검찰에 이를 제출했고,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관디케가 풀려나게 되면서 레비의 가족은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콘디트 측은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가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