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톤다운 좀 해주세요" 없어진다…김영란법이 바꿀 언론 풍경

입력 2016-07-29 09:32 수정 2016-07-29 14:44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과 재판관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 결정 발표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합헌 결정으로 언론 관계도 상당 부분 달라질 전망이다. 대(對) 언론 풍경도 사실 관계만 다투게 될 뿐 '톤 다운(기사의 논조를 약화해달라는 것)'이나 '봐달라'는 등의 청탁은 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 등'에 언론인이, '공공기관'에 언론사가 포함되면서 기자 및 언론사 직무에 대한 부정청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전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항의는 당연히 취재원의 권리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기사는 물론 사설, 칼럼, 논평 등에 대해 '봐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할 경우 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영란법에 따른 언론 영향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막바지에 언론이 포함되면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판례도 전무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영란법은 크게 ①부정청탁 ②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부정청탁의 범위를 규정한 건 5조다. 5조는 크게 15개의 금지 항목과 7개의 예외 조항을 밝히고 있다. 금지 항목은 대부분 인·허가, 인사, 입찰·경매·시험 등 관련 법 규정에 따른 공무를 지정한다.
 다만 15개 금지 항목에는 '공공기관이 생산·공급·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단체·법인에게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하도록 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언론사가 생산하는 재화는 기사를 비롯한 각종 보도물이다. 이 조항이 거래 계약 관계에 따른 것만을 의미하는 지, 통상의 모든 보도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국민일보 취재 결과 변호사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5조 1항은 주체를 '누구든지'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관계 다툼이 아닌 청탁을 처벌하게 된다면 언론 관계에 대변혁이 예고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했던 방송 보도에 대한 협조 요청도 5조 2항 사회상규(社會常規) 인정 여부에 따라 처벌 가능성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및 관련 소송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호적 기사를 위한 정부·기업의 협찬 관행이나 광고를 명목으로 기사 수정 등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 소지가 있다.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 식사자리에서의 협조 요청 등에 대한 처벌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김민호 변호사는 "광고 등을 매개로 한 기사 관련 청탁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돼 금품 등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판례를 받아가면서 관련 실태가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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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