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사학, 비리 만연해” 헌법재판소의 일침

입력 2016-07-28 20:19
“사회 부패를 근원적으로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취지다. 국민의 여론 형성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 종사자, 공동체 문화와 가치관을 가르치고 전승하는 교육기관 종사자들도 공직자와 같이 본 것이다. 이들에게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을 금지한다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28일 헌재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합헌 결정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헌재 재판관들의 결정문에는 언론인·사립학교 관계자들에게도 공직자에 버금가는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서술이 거듭 드러났다.



헌재의 일침

헌재는 이날 심판대상조항이 된 김영란법의 조항들이 언론인·사립학교 관계자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언론인의 자유 위축 우려는 “취재 관행과 접대 문화의 개선, 의식 개혁이 뒤따라가지 못함에 따른 과도기적인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청렴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정확한 사실 보도,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권력과 세력 견제, 사회통합의 이바지가 어렵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촌지’로 얼룩진 교육과 언론 부문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헌재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교육계와 언론계에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 수수 관행이 오랫동안 만연해 왔고,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결정문에 서술했다. 교육계와 언론계의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헌재는 언론인·사립학교 관계자들이 금품수수 금지 조항에 따라 종래에 받아오던 일정한 금액 이상이나 금품, 향응을 받지 못할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이익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권익의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이 때 침해되는 사익은 김영란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고 헌재는 결론지었다.



언론·사학만 포함, 차별 아니다

많은 민간영역 가운데 유독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만 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된 부분은 많은 논란을 낳아 왔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헌재 공개변론에서 “국어사전에 ‘촌지’는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고 풀이된다”며 합리적인 조치임을 밝혔었다. 이날 헌재의 결정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드러났다.

헌재는 언론·사학에 김영란법을 적용해 공직자와 같은 의무를 부담시킨 것을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으로 봤다. 공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분야를 동시에 파악, 일괄적으로 제도 정비를 도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언론·사학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청탁 관행이나 접대 문화의 존재, 심각성, 국민의 인식,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결과가 차별로 이어지지도 않았다는 게 헌재의 해석이다. 이날 심판이 이뤄진 김영란법의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신고·제재 조항 등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입법자의 결단을 자의적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국회가 민간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차별이라 단정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