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대법관’ 김영란은 누구인가

입력 2016-07-28 14:31

“여성으로서 사회적 약자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나름대로 겪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심정, 입장, 감수성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안한 주인공인 김영란(60·여)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오래 전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변화의 의지를 강조해 왔다. 그는 2004년 8월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소수자를 대변할 것을 자처했다. “경계선에 놓인 사건부터 조금씩 소수자의 법 논리를 합리적으로 해석, 판결에 반영하겠다”고도 말했다.

그가 “대법관에 제청됐으니 상경하라”는 연락을 받고 “오늘은 재판을 해야 하는데요”라고 되물은 일은 유명하다. 2010년까지 6년간 사상 첫 여성 대법관으로 일하며 사형제·호주제 폐지 의견을 내는 등 주목할 만한 판결을 다수 내렸다. 언론은 그를 진보적 색채의 대법관 4인과 함께 ‘독수리 5형제’라 부르기도 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30년 가까운 법관의 경험을 살려 세상에 기여하고 봉사할 새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2011년부터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했다. 공직사회의 집단주의·연고주의를 깨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결과는 김영란법으로 태어났다.

김영란법이 서민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날선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김 교수는 자신이 넉넉하게 자라지 않았으며, 평범한 서민적인 삶을 체험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원안과 달리 국회의원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김영란법이 크게 수정된 데 대해서는 비판했다. 지난해 3월에는 특강을 갖고 “(김영란법을)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56년 11월 부산에서 출생한 그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해 단편소설을 직접 쓰기도 했다. 소수자를 대변했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는 “소수의견이 아니라, 소신 있는 의견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전후해서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