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홍영(33)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부서장인 김모 부장검사로부터 여러 차례 폭언·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판명됐다. 대검찰청은 김 부장검사가 최근 2년5개월간 17건의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하고 27일 법무부에 해임을 청구했다.
후배 검사에 대한 폭언 등 비위로 검사의 해임이 청구되긴 처음이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처분을 확정하면 김 부장검사는 해임된다. 변호사 활동도 3년간 제한된다.
하지만 대검은 해임을 청구하면서도 별도 고발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고 수준으로 징계를 하지만 형사처벌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읍참마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별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인격모독 일삼던 부장검사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1일부터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과 법무부에서 근무한 최근 2년5개월간을 대상으로 감찰조사를 벌여왔다. 김 부장검사의 근무지 관계인들의 진술을 두루 청취했다. 고인이 된 김 검사의 1년6개월치 SNS 대화내용도 정밀 분석했다. 대검은 결국 김 부장검사가 더 이상 검사로서의 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김 부장검사는 폭언·폭행 등 17건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상적으로 인격모독적인 폭언과 폭행을 해왔다. 김 부장검사는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을 했다. 부서 회식 자리에서 김 검사를 질책하다 손바닥으로 등을 쳐 괴롭히기도 여러 차례였다. 결혼식장에서 술을 마실 방을 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김 검사가 ‘곤란하다’고 하자 폭언을 한 점도 사실로 확인됐다.
김 부장검사는 그 이전 법무부에 근무할 때에도 문제성 있는 언행을 반복했다. 검사와 법무관들을 불러 세워놓고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구겨 집어던지는 행동을 했다. 중요하지 않은 사항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욕설을 하기도 했다. 법무관들이 한꺼번에 휴가 계획을 올렸다는 이유로, 심지어 술자리에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화를 냈다.
‘읍참마속’이라지만…
대검은 김 부장검사의 해임을 청구하면서도 “형법상 폭행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며 별도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치는 사람과 맞는 사람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변에서도 폭행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읍참마속을 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도 했다.
김 검사의 유족 측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보고 고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2)씨는 국민일보에 “성실한 감찰이었지만, 폭행에 대한 냉정한 조사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차후 감찰 내용도 확인하고, 아들 친구들과 의논해 대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검사 사건 이후 검찰 내 상명하복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검찰은 이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인의 죽음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재차 사과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검사 자살 부른 폭언·폭행… 檢 “형사처벌은 안한다”
입력 2016-07-27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