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권리를 지켜주세요"…서울 초등학생들 조희연 교육감에 '정책 제안'

입력 2016-07-27 15:00
“교실 말고는 놀 곳이 별로 없는데 좁아서 위험해요. 다른 데서는 위험하다고 놀지 말라고 하거든요.” “수업 전 아침 자습을 하는데 놀았으면 좋겠어요. 쉬는 시간에 다른 수업으로 이동해야 해서 놀 시간이 없어요.”
 

서울 아이들은 ‘놀이’에 목말라 있었다. 서울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47명이 27일 오후 3시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만나 학교에서 '놀이시간'과 '놀이공간'을 확보해 달라는 내용의 8가지 정책을 노래와 그림 등의 형식으로 전달했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세이브더칠드런 주최로 열린 ‘어린이옹호활동가캠프’에서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학교 만들기’라는 주제로 3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인 결과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정책결정자들이 이를 경청하도록 하는 ‘어린이옹호활동가캠프’를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놀이 시간 확대와 교실 확장, 학교 내부 시설 개방, 놀이기구 추가, 옥상을 안전한 놀이공간으로 만들기, 쉬는 시간 지키기 등을 제안했다. 놀이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연일초 6학년 배수현양은 “학교 끝나고 학원에서 오면 보통 9시~11시인 애들이 많은데 그러면 숙제를 못하니까 학교 쉬는 시간에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초 6학년 서원후군은 “이동 수업이 늦게 끝나면 쉬는 시간을 잡아먹는다”며 “하루에 한가지씩 청소 등을 맡아서 하는 데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해서 쉬는 시간에 하게 된다”고 말했다.

 놀이 공간도 문제다. 용마초 4학년 김지우군은 “운동장에서 놀다가 너무 더워서 체육관에 놀려고 하면 닫혀 있다”며 교내의 다양한 시설이 개방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후암초 6학년 최윤나 양은 “고학년 교실은 주로 높은 층에 많은데 쉬는 시간이 짧아서 운동장까지 갈 시간이 없다. 옥상에 유리 난간을 높이치거나 해서 안전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원례초 5학년 박태준군도 “옥상에서 텃밭 가꾸기나 별 관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25% 이상은 하루 여가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는 1시간도 채 여가를 즐기지 못했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 3명 중 1명은 하루에 30분 이상 놀이(운동)를 하지 못했다. 아이들 절반은 방과 후 하고 싶은 활동으로 ‘친구들과 놀기’를 꼽았지만 실제 방과 후 친구들과 노는 아이는 5.7%에 그쳤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아동은 휴식을 충분히 즐기고,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