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만든 회사가 퇴직 전 다니던 기업의 기술로 동종업계 국내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큰 이익을 냈다면 ‘영업비밀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민사부(부장 남대하)는 최근 초경합금 제조·판매회사인 S사가 K사와 이 회사 대표 A씨 등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K사와 관련 업체들의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된다”며 71억9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사 등이)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영업비밀을 이용해 제품들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와 S사에 따르면 2011년 매출이 400억여원이었던 S사는 국내 내마모계열 초경합금 시장점유율 1위(60%) 업체였다. 하지만 이 회사 전문경영인 출신인 A씨가 2011년 5월 말 퇴사한 뒤 K사를 설립하고 S사 핵심 생산인력 30명도 고용했다. A씨는 S사가 영업비밀로 관리해 온 소결자료 등도 USB등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이로 인해 S사의 매출은 2011년 400억여원에서 지난해 286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K사는 회사 설립 1년도 되지 않아 동종 업계 2위로 올라섰고, 매출도 2012년 57억원에서 지난해 11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K사는 소송 중 한 일본 기업을 끌어들여 S사로부터 영업비밀침해 등으로 피소됐을 경우에 대비한 방법까지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 일본 기업도 공동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검찰 등의 판단은 달랐다. S사는 2012년 K사와 A씨 등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다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S사는 이에 항고했지만 지난해 6월 업무상배임혐의로만 기소됐다.
S사 관계자는 “일부 하급심 법원과 검찰이 비밀관리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관행은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을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 판결과 S사 사태가 현행 기술보호 관련법령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중소기업 기술보호 소외" 전직 회사 영업비밀로 업계 2위된 업체 72억원 배상 판결
입력 2016-07-27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