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국회의원들 앞에서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을 강조했다. 저성장 저물가 시대를 맞아 둔화되는 한국 경제를 일으키려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같은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적극적 재정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번 강조해온 점이지만, 재정을 심사하는 의원들 앞에서 한 연설이라서 공을 정부 쪽으로 톡 패스하는 느낌이 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경제재정 연구포럼에 연사로 등장했다. PPT까지 동원해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이란 주제로 조찬 공개강연을 했다. 통화 정책이 과도하게 완화될 경우 금융 불안정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거나,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미래 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등 원론적 언설이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부분이었다. 이 총재는 “양호한 재정 여건은 경기 부진 및 고용 위축에 대응할 여력을 뒷받침”한다고 PPT를 통해 밝혔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2014년 자료를 가지고 작성한 주요국 재정여력 추정치를 선보였다.
이는 지속가능한 국가채무 최대치와 현재 국가 채무 수준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한국은 241.1%포인트를 기록해 노르웨이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 재정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를 마구 발행해 온 일본은 이 수치가 0을 기록해 재정여력이 매우 부족한 국가로 분류됐다. 나라 빚과 국채 발행 걱정이 많은 의원들을 상대로 “한국의 재정여력이 넉넉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