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생식물 '꼬마수련' 발견…멸종위기 '각시수련'과 유사

입력 2016-07-27 12:00
국립생물자원관은 원효식 대구대 교수팀과 함께 우리나라 자생종 수련 ‘꼬마수련’을 새로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한반도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수련'은 확인되지 않았다. 2014년부터 2년간 수련속 식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다.
강원도에서 발견된 꼬마수련.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수련속 식물들은 연못 등 담수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초를 말한다. 통상 꽃은 5~9월에 피고 전세계에 50여종이 있다. 특히 종에 따라 꽃이 아름다워 조경용이나 원예종으로 많이 보급된다.
강원도에서 발견된 각시수련.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은 우리나라 전역 62개 지점에 서식하고 있는 수련속 식물을 조사하고, 23개 지점의 집단에 대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이중 강원도 고성, 경남 거창, 전남 순천에서 확보한 개체에서 ‘각시수련(Nymphaea tetragona var. minima)’에 비해 꽃과 잎의 크기가 큰 ‘꼬마수련(N. pygmaea)’을 새로 확인했다.

 꼬마수련은 겉모습과 유전자 염기서열이 각시수련과 유사하다. 꽃잎은 8장 안팎으로 2줄로 늘어선 모습이다. 다만 잎의 길이가 6~10cm로, 6cm 이하인 각시수련보다 큰 편이다. 각시수련은 지난 2014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강원도 고성 등 극히 일부에서만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연구진이 일본의 도쿄대와 교토대에 소장되어 있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각시수련과 꼬마수련은 20세기 초까지 서울시 노원구 태릉, 전북 전주시, 부산 온천장 일대 등 전국 각지에 분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향후 자생종인 각시수련과 꼬마수련의 증식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꼬마수련은 종자가 잘 맺히고 크기가 작아 조경용 또는 원예용 품종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각시수련과 꼬마수련의 ‘유전자 표지(marker)’는 생물주권 강화를 위해 품종과 원산지를 구별하고자 올해 하반기 중으로 특허를 출원하기로 했다. 유전자 표지는 간단한 실험을 통하여 분석해 개체, 집단, 품종, 원산지, 종 등을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 절편을 말한다. 각시수련과 꼬마수련은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은 반면 집단별로 고유한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어 유전자 표지를 활용하면 향후 유통이나 불법채취 경로를 추적하기 용이하다.
중국 지린성의 수련.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안타까운 사실도 확인됐다. 그동안 학계에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알려진 ‘수련(Nymphaea tetragona)’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된 수련 서식지 중 90%인 56개 지역에서는 ‘미국수련(Nymphaea odorata)’이, 약 3%인 2개 지역에서 ‘유럽수련’이 각각 확인됐다. 5개 지역에서는 자생종인 각시수련과 꼬마수련이 발견됐는데, 이 중 1개 지역은 각시수련과 미국수련이 함께 분포했다.
제주 연화지에서 발견된 미국수련.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수련’은 중국 동북부, 시베리아, 핀란드 등 유라시아를 비롯해 북미,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반부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수련’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식물이 ‘미국수련’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수련은 암술머리가 빨간색이고 꽃받침이 사각형이지만, 미국수련과 유럽수련은 암술머리가 노란색이고 꽃받침이 원형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