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인터뷰를 몰래 촬영한 후 보도한 것은 권리침해와 정신적 고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강용석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넥스트로 여직원은 방송사가 자신의 인터뷰를 몰래 촬영해 보도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A씨가 “초상권 침해 등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KBS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KBS 소속 리포터와 촬영기사는 강 변호사와 여성 블로거 ‘도도맘’ 김미나씨의 불륜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강 변호사의 법무법인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A씨를 만나 대화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이후 이 동영상은 KBS 2TV의 연예정보 프로그램 ‘연예가 중계’에서 방송됐다. 이 과정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A씨의 하반신이 약 8초간 방영됐고, 발언도 음성변조 없이 방송됐다.
A씨는 KBS가 초상권, 음성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허벅지와 다리 부분이 부각되게 촬영해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했다며 총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류 판사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동영상에는 하반신만 촬영됐을 뿐 얼굴이나 A씨를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촬영되지 않았다”며 초상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예훼손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변조 없이 음성을 그대로 내보냈다 해도 분량이 2초에 불과해 A씨를 특정할 수 없어 보이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고 해서 A씨가 입은 피해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반신 촬영에 따른 수치심 유발 주장에도 KBS가 A씨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통상적인 보도 관행에 따라 부득이하게 다리 부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