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혐오’가 부른 희대의 살인극

입력 2016-07-27 00:23 수정 2016-07-28 09:20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던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의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에 들어가 장애인 수십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우에마쓰 사토시(26)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장애인 혐오발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중증장애인은 살아도 별 수 없다”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낫다”는 발언을 하며 범행을 예고하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참혹한 대형 살인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2012년 12월부터 3년여간 쓰구이 야마유리엔에서 일했던 우에마쓰는 장애인 혐오발언 때문에 지난 2월 퇴사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중의원 의장 공관을 두 차례 찾아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맡겼다.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에서 26일 경찰과 구호요원들이 칼부림 난동사건 피해자들을 앰뷸런스에 싣고 있다. AP뉴시스

이름,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함께 적은 편지에서 그는 “내 꿈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장애인을 안락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쓰구이 야마유리엔 같은 장애인 시설 여러 곳을 가리키며 “470명의 장애인을 말살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는 이번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편지 속 ‘작전 내용’이라 적은 부분에선 “직원이 적은 야간 근무 시간에 범행을 하겠다. 장애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2곳의 시설을 표적으로 삼겠다”면서 “직원은 결박 밴드로 몸을 묶어,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겠다”적었다. 이번 범행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비슷한 시기 동료 직원에게 “중증장애인 대량 살인은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지 실행한다”고 이야기했고, 지인에겐 “10월까지 장애인 600명을 죽이겠다”는 말도 했다.

시설은 이상 행동을 보인 우에마쓰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가 남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의료진은 우에마쓰의 소변에서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온 것을 근거로 마약복용에 따른 정신질환과 망상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12일간 병원 치료를 받은 그는 정상행동을 보여 퇴원했다. 이후 우에마쓰는 시설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면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직업을 구하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은 일본에서 벌어진 최악의 살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망자는 서쪽 건물 1층에서 남성 2명, 2층에서 남성 7명, 유리창이 깨지고 망치가 발견됐던 동쪽 건물 1층에서 여성 10명 등 19명이나 된다.

특히 우에마쓰는 거동이 불편해 저항할 수 없는 장애인을 무자비하게 흉기로 찔렀고 막는 직원을 포박했다. 사건 직후 트위터에 “세계가 평화롭게 해주세요. 아름다운 일본”이라는 글을 남기는 기행을 서슴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사건 당시 시설에는 19~75세 장애인 149명이 있었다. 24시간 관리직원이 상주하는 시스템으로 야간에 9명이 당직을 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부상자 26명은 도쿄도내 6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목에 4~5㎝ 깊이의 상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자수한 우에마쓰는 “시설을 그만둬 원망스러웠다”면서 “장애인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