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잡은 40대 주부에 숟가락 '슬쩍' 얹은 경찰 "그들만의 잔치"

입력 2016-07-27 00:01 수정 2016-07-27 00:01
사진=MBC 2580 방송 화면 캡처

40대 주부의 결정적인 제보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검거했지만 경찰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고 홍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범죄조직 잡은 주부, 입 닦은 경찰’이라는 제목으로 40대 주부의 사연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40대 주부 김성자 씨가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원을 검거 과정에 가담한 사연이 알려졌다. 세 자녀를 키우며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3,200만원의 큰돈을 잃었다.

사진=MBC 2580 방송 화면 캡처

그런데 한 달 뒤, 자신을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조직원은 범죄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두목격인 총책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사진=MBC 2580 방송 화면 캡처

김 씨는 이 사실을 화성동부경찰서에 신고하며 보이스 피싱 총책의 본명과 인적사항, 한국 입국 예정 날짜와 비행기 시간까지 알려줬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비웃었다.

사진=MBC 2580 방송 화면 캡처

경찰의 반응에 오기가 생긴 김 씨는 경찰 대신 조직원을 직접 설득해 핵심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그는 보이스 피싱 조직원 총책의 사진과 은신처 정보, 중국 산둥성의 사무실 주고, 피해자들 명부까지 각종 단서를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다.

사진=MBC 2580 방송 화면 캡처

김 씨가 직접 조사한 단서를 토대로 경찰은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을 닷새 만에 검거했다.

이후 경찰은 김 씨에게 검거 소식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혹시 있을지 모를 보복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제보자에 김 씨에 대한 언급 한마디 없이 ‘비밀 수사를 통해 보이스 피싱 우두머리를 검거했다’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사기 범인 검거에 대한 공로가 인정되면 신고보상금도 최대 1억 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누락시켰다.

사진=MBC 2580 방송 화면 캡처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은 “시민의 공적을 경찰이 가로챘다”라며 분노했다. 해당 화성동부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폭주했다.

네티즌들은 “포상금이라도 제대로 지급 하세요” “경찰의 태도 부끄럽다” “이게 말이 됩니까?” “뉴스 보고 너무 화가 납니다” "대한민국 경찰이 주부 보다 못한가요?" 라고 글을 남겼다.


논란이 불거지자 화성동부경찰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공을 가로챘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 이 사건으로 표창을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 씨가 포상금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실도 없어 주의 깊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김 씨에게 또 조직원의 전화가 오면 대응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행동을 취했으며, 수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게시판에도 화성동부경찰서 담당 사건 관련자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청원하는 서명 글도 이어지고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