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안락사시켜야"…日 흉기난동 용의자, 2월 '살인예고'

입력 2016-07-26 15:46
아사히신문 캡처

26일 일본 장애인시설 흉기난동 사건 용의자인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26·무직)가 지난 2월 살인을 예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에마쓰는 26일 새벽 2시 45분께 도쿄(東京) 서부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사가미하라(相模原)시 산 자락에 자리잡은 장애인 시설 '쓰구이(津久井)야마유리엔'에 침입해 흉기로 입소자들을 찔러 지금까지 19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에마쓰는 지난 2월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를 소지하고 도쿄의 한 중의원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편지에는 이번 사건의 현장인 '쓰구이 야마유리엔'을 비롯해 복수의 장애인시설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입소자를 살해하겠다"는 내용 및 "장애인의 안락사를 진행하는 법안을 통과하도록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이에 중의원 측은 우에마쓰에 대해 경시청에 통보했다.

이후 같은 달 18일 우에마쓰는 자신이 근무하던 '쓰구이야마유리엔' 장애인시설 직원들에게 "중증 장애인의 대량 살인은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지 실행한다"는 등의 말을 해 해당 시설이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시는 그 다음날인 19일 의사 2명의 진단을 바탕으로 우에마쓰 용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소변검사 결과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왔으며, 의사는 그에 대해 '대마정신병, 망상장애'등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입원 12일 후인 3월2일, 의사는 "남을 해할 우려는 없다"면서 우에마쓰를 퇴원시켰다.

NHK 등에 의하면 우에마쓰는 사건이 발생한 장애인시설에서 500m가량 떨어진 단독주택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졸업 후 운수 관계 일을 했지만, 2012년 12월부터 해당 장애인시설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시작, 2013년 4월부터는 정직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시설에서 폭력 등의 문제로 지난 2월19일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이웃에 거주하는 73세 한 남성은 "성격이 밝은 친구로, 친구들이 집에 자주 찾아왔다"면서 "장애인시설에서 폭력 소동을 일으켜 퇴출됐다니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이웃(44, 여성)은 "평소 마주치는 일은 적었지만, 그와 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태도가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우에마쓰와 고교시절부터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고등학교때 우에마쓰는 누구와도 친한 밝은 성격이었다"면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 꿈으로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대학입학 후 몸에 문신을 넣는 등 달라졌다고 기억했다. 올해에는 우에마쓰 혼자서 심야의 편의점에 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우에마쓰는 지난해 6월 도쿄의 한 역앞 노상에서 한 남성과 싸움을 벌여 불구속 기소되기도했다.

우에마쓰는 사건이 발생한 26일 오전 3시께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내가 저질렀다"고 자수해 경찰은 그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서 출두시 그는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 바지 차림이었으며 칼 등의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지만 들고 있던 가방 속에서 여러 개의 칼이 발견됐다. 그 중 일부 칼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그는 조사에서 "칼로 찌른 것이 틀림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으며 "장애인 따위 없어져버려"라는 등의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흉기난동 사건으로 경찰 순찰자들이 '쓰구이야마유리엔' 시설로 몰려들자 주변 마을 주민들도 깜짝 놀라 밖으로 나와 사건 현장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는 침대에 누운 채 피를 흘리는 피해자가 많았으며, 시설 직원 들은 "부상자가 저쪽에도 있다. 이쪽에도"라고 외쳤으며, 피해자들은 "아프다"며 신음하는 등 아수라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설은 몇 채의 건물로 이뤄졌는데, 희생자들은 서쪽 건물 1층에서 남자 2명, 2층에서 남자 7명, 동쪽 건물1층에서 여성 10명으로 총 19명으로 집계됐다.

동쪽 건물 1층 유리창이 깨지고 주변에서 망치가 발견된 점 등을 미루어 용의자는 동쪽 건물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희생자도 동쪽 건물 1층에서만 10명이 발생했다.

당시 시설 내에는 지적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총 150여명이 입소해 있었으며 9명의 직원이 야근 중이었다. 용의자는 직원 1명을 끈으로 결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후 부상자들은 사가미하라 시내와 도쿄 도내의 6개 병원에 옮겨졌다. 도쿄 하치오지(八王子)시에 위치한 도쿄의료하치오지의료센터 측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자들에 대한 인상에 대해 "전원 공통으로 목을 찔렸다. 목을 노렸다는 강한 의도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 의하면 이송된 환자들은 피투성이였으며, 신음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처의 깊이는 4~5㎝깊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연락을 받은 가족과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사건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20년 가까이 이 시설에 아들(52)을 맡긴 80대 남성은 "너무 놀랐다"면서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시설 인근 주민들도 이번 사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시설 건너편에 사는 한 여성은 "시설에서 피투성이 사람들이 계속 (병원으로)이송됐다"고 사건 당시를 설명했다.

이 여성은 또 "시설 사람들은 평소부터 청소 및 제설 작업 등을 해왔다. (마을 주민들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여서 이번 사건이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가나가와 현이 설립한 이 장애인 시설은 24시간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곳으로, 지난 4월 말 현재 19~75세 연령의 장애인 149명이 장기 입소 중이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이 40명으로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30년 이상 입소하고 있는 사람이 32명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