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CD 담합' 조사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부메랑…검찰수사촉구 결의안 제출

입력 2016-07-26 13:31 수정 2016-07-26 14:03

한국판 '리보(LIBOR) 금리 조작사건'으로 불렸던 공정거래위원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사건 조사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권의 강한 반발에도 직권 조사에 착수했던 공정위는 3년 반 만에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리고 '백기'를 들었다.
 이에 정치권이 국회에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허술했던 공정위 조사가 부메랑이 돼 공정위의 목을 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26일 국민 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SC은행 등 6개 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제 의원을 비롯 민병두 전해철 최운열 등 더민주 의원 55명과 노회찬 윤소하 등 정의당 의원 2명이 참여했다.

 공정위는 직권 조사 후 3년 반 만인 지난 2월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제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은행들이 2009년부터 지금까지 CD(91일물) 발행금리를 금융투자협회 고시 수익률과 동일하게 책정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며 "불특정 다수 소비자에 현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에 따른 시정명령, 최대 7조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 방안도 논의됐다.

 심사보고서는 해당 은행들이 금융투자협회 고시수익률에 맞춰 CD금리를 책정했다고 봤다. 국공채 등 주요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음에도 CD금리만 고정·유지돼 있었다는 것이다. 은행 담당자간 모임인 '발행시장협의회'에서 온라인메신저로 담합이 논의됐고, CD금리 연동 대출 실적이 미미한 IBK기업·산업은행은 이들 은행과 달리 더 낮은 금리로 CD를 발행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발행시장협의회가 담합을 논의했다는 온라인메신저  대화 내용은 혐의 입증에 불충분하고, 은행간 CD발행 시점 격차가 현저하며, 은행별로 금투협 고시율과 동일하게 발행한 비율이 다르다는 점 등에 비춰 담합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추후 재조사가 가능한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지만, 사실상 무혐의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무려 4년간 조사하며 금융권을 '난도질'한 만큼 재조사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금융당국과의 협의 없이 은행·증권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였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공정위는 혐의입증을 자신했었다. 이에 금융소비자 단체는 집단 소송 의사를 밝혔고, 해외 투자자의 천문학적인 국제 소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결국 공정위가 어정쩡한 결과를 내놓은 탓에 정확히 사실 관계를 밝히고, 필요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 의원은 "현재 공정위 조사는 임의조사 형식이라 담합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검찰이 직접 수사하여 사건의 실체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도 "공정위는 이 건에 대해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속고발권을 발휘해 검찰이 조사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못했다"며 "공정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