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27일 전 출마 여부 발표할 듯…출마 땐 친박 주자 가능성 커 경선 구도 출렁

입력 2016-07-25 17:15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등판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김 전 지사가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비박(비박근혜)계가 아닌 친박(친박근혜)계 대표 주자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경선 판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 측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며 “경선 구도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늦어도 27일 전엔 입장을 정리해 발표 하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주 전당대회 출마설이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선거(4·13 총선)에서 진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대표 경선에 나가느냐”며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단칼에 잘랐었다. 지난 21일엔 이미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김용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격려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과거 민중당 시절 인연을 맺어 정치적으로 같은 노선을 걷다가 김 전 지사가 4·13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면서 갈라섰다.

그랬던 김 전 지사가 돌연 출마 쪽으로 기울자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지사 측 인사는 “결정적인 계기는 여론조사”라고 했다. 자체 조사 결과 이미 나와 있는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를 얻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김 전 지사는 지난 주말 김무성 전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출마 결심을 굳혔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김 전 대표는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에게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문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의 출마를 종용한 쪽이 친박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내 조직이 취약한 김 전 지사가 뒤늦게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할 때는 누군가 움직였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라고 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출마 명분이 약하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종 결심은 아직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도 출마 의사를 굳히고 물밑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등록(29일)까지 나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안개속 판세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당권 주자는 모두 6명이다. 여기에 두 사람이 가세하면 컷오프를 통해 5명으로 최종 후보를 추리게 된다.

비박계의 단일화 동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분위기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으로 상징되는 친박의 대표 주자가 빠지면서 단일화 명분과 필요성 모두 약해져서다. 친박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파문 등으로 전체적인 구도는 비박에 유리한데, 눈에 띄게 치고 나가는 선수가 없다보니 후보들마다 “잘 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완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박계 주자들은 이날 김 전 지사의 출마를 견제했다. 정병국 의원은 “(경선 구도에) 영향은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나온다고 하면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부산시의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난전 상황에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내년 대선에서 의미를 찾기 바란다”고 에둘러 불출마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 때 탈락한 정문헌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당원에 의한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이 가세하면서 최고위원 도전자는 8명으로 늘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