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당신의 벌이가 적은 게 아닙니다” 사라진 월급을 찾아

입력 2016-07-25 01:42 수정 2016-07-25 07:16
오늘은 월급날입니다. 7월은 여름휴가를 앞두고 받는 월급이라 더욱 손꼽아 기다려졌죠. 그런데 월급을 받으면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분명 평균은 되는 것 같은 금액인데 남들처럼 휴가를 다녀오면 최소 1~2개월은 궁핍하게 살아야 합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월급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는 내용의 풍자 만화의 일부가 월급날만 되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진다.

이번주 [맘편뉴스]에선 월급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국내 근로자 평균 월급은 올 4월 기준으로 323만4000원입니다. 지나해 같은 달 보다 3.6% 증가한 금액이라고 하더군요. 상용직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41만6000원으로 3.4%올랐고, 임시‧일용직은 144만3000원으로 1.3%증가했다고 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불만은 폭발했습니다. 사장이나 임원도 근로자에 포함된 반면 일당이나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는 제외돼 평균값이 비현실적으로 높게 산출됐다는 지적이었죠. 이런 점을 감안해 시급 7000원을 기준으로(서울 아르바이트 평균시급 6718원) 하루 8시간, 주 5일의 월급을 산출하면 112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옵니다.


300만원과 100만원 사이인 200만원을 서민들의 평균 월급으로 가정해 월급의 사용처와 비중을 지금부터 따져볼까 합니다. 2400만원이 연봉이라고 가정할 때 실수령액은 얼마일까요? 4대 보험과 소득세 등의 세금을 공제하면 매달 통장에 기록되는 금액은 180만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180만원에서 월세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같은 주택비용이 고정적으로 지출되죠. 부동산 114사와 연합뉴스가 조사한 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가격은 69만원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점을 감안하면 주택비용이 월급의 38%가량 차지합니다. 아파트가 아닌 경우 가격이 낮을 수 있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저리 이자라는 점을 감안해 주택비용을 30~40만원으로 낮게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비중은 16~22%사이에 이릅니다.

식비는 어떨까요? 쌀 20㎏기준 3~5만원, 라면 1봉지 1000원, 김치 10㎏기준 3만원 등 기본적인 식료품 구입 가격을 감안해 1주일에 10만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합니다. 4주에 40만원이 지출되죠. 외식 없이 집 밥만 먹을 경우 월급의 22%가 식비로 지출됩니다.

사진=게티 이미지

외식비는 어마어마하게 높습니다. 자장면은 한 그릇에 4~5000원이 넘었고 치킨은 1마리 당 2만원에 육박하고 있죠. 3인 식구가 자장면 한 그릇 씩만 먹어도 한 끼에 15000원에서 2만원을 지출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1번씩만 먹어도 8만원, 월급의 4%를 차지합니다.

공과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겨울엔 난방비, 여름엔 냉방비로 월 평균 공과금이 10만원을 넘는 일은 흔합니다. 이는 월급 중 5%에 해당됩니다. 교통비도 1회 탑승 시 1250원, 왕복 2500원을 씁니다. 월평균 20회를 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5만원, 월급의 20.5%정도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지출금액을 계산하면 주택비 40만원, 식비 40만원, 외식비 10만원, 공과금 10만원, 교통비 5만원이 105만원이 고정적으로 나갑니다. 여기엔 아이들 교육비나 의류비, 여가비 등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죠. 올 여름 휴가에 사용할 금액이 평균 3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월급 180만원 중 바캉스비용을 제외하면 40만원도 채 남지 않습니다. 엄마들의 7월 월급이 빠듯할 수밖에 없는 거죠.

1980년대 서울시내 버스 토큰이 100안팎이었습니다. 36년 동안 교통비는 12배가량 오른 셈이죠. 자장면 한 그릇이 500원, 소주 1병이 2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식비도 10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그렇다면 월급은 어떨까요? 대기업 과장급 월급이 50만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300만원을 기준으로 해도 인상률은 6배에 불과합니다. 물가 상승률과 4~5배 가량은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월급에서 월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0.8%(50만원 중 월 4000원 지출)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금보다 생활이 팍팍해 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금액이나 통계는 아닙니다. 대략적인 금액이고 가정마다 생활이 다른 만큼 완벽히 들어맞는 산출 금액도 아니죠. 맘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티, SNS등을 토대로 추산한 금액인 만큼 정확한 통계치는 아닐지 모르지만 현실 가능한 금액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그래서 엄마들은 월급날이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월급날이 되면 떨어진 생활용품들을 채워야 하는데 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과거 월급날만이라도 호의호식한다며 외식을 하던 문화도 사라진지 오랩니다. 한 달간 고된 노동에 시달린 보람을 느낄 새도 없이 월급은 사이버머니처럼 사라지고 없는 상황에서 이름만 월급날이자 카드값 방어의 날이 됐죠.

일각에선 비교적 저렴한 물건들을 쓰면 되지 않느냐, 없으면 없는 데로 아껴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당최 줄일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냉난방비나 식비가 대표적인 지출항목이죠. 병원비나 약재비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유아용품은 수저 하나도 싼 게 없습니다.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밥만먹고 사는데도 월급통장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돌변합니다. 0%의 저물가 시대라고 하지만 엄마들의 체감물가는 살인적입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