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감성 시인 이정하씨가 긴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12년 만에 신작 시집 ‘다시 사랑이 온다’(문이당)를 냈다.
2005년 ‘사랑해서 외로웠다’ 이후 작가는 여러 사정이 겹치며 시를 놓아야 했다. 2002년 나온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는 15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시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침묵이다. 그를 다시 불러낸 건 SNS 문화다. 젊은층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진 취미생활 중의 하나인 필사본과 캘리그라피를 통해 그의 시가 ‘시 바이러스’처럼 확산됐다.
시집은 따끈한 신간이지만, 책 속에 수록된 시 가운데 3분의 1 가량은 이미 온라인커뮤니티와 SNS에서 많이 소개돼 익숙한 것들도 있다. 시인 스스로 인스타그램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새 시들의 일부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표하고 독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댓글 하나하나에 답신을 보내며 소통을 이어갔다. 시집 첫 머리를 장식한 ‘이 모든 것들을 합치면’ 같은 시가 인스타그램에 발표된 대표적인 시다.
“안녕/ 미안해/ 걱정 마/ 잘될 거야/ 당신에게 건네는/ 이 모든 말을 합치면/ 사랑한다는 말이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을 합치면’의 일부)
시집을 넘기다보면 정성어린 캘리그라피들도 눈에 띈다. 아마추어의 작품에서 프로 캘리그라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10여편의 작품 모두 독자들이 써서 시인의 신작 시집에 마음을 보탠 것이다.
시인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시를 떠나있었지만 늘 생각하고 있었다”며 “SNS에 시를 발표하면서 젊은 층과 교감하는 것이 좋았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시를 좋아하는 지 느끼면서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