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상위 1%에 소득 집중…성장률 하락, 불평등 확대 동시 진행

입력 2016-07-23 12:19

1990년대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상위 1%에 소득이 집중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23일 발표한 ‘한국의 경제성장: 장기추이와 국제비교’ 논문에서 한국의 상위 1% 소득 집중도(상위 1%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1990년대 중반까지는 7%에 그쳤지만 2013년 12%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17~18% 수준인 미국보다는 낮지만 프랑스, 일본, 대만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최근 소득불평등은 계층별로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위 10%의 경우 소득 증가 속도가 고도성장기와 비슷하지만 하위 90%의 소득은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과 분배가 양립했지만 근래에는 성장률 하락과 불평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득불평등이 확대된 이유에 대해 “성장률이 하락한 것 이상으로 고용 증가가 크게 둔화됐는데, 이는 세계화의 진전 및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또 “소득세 최고세율이 1980년 70%였던 것이 절반 수준으로 인하되는 등 소득과세의 누진성이 후퇴했다”며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주의 보수체계가 확산되면서 상위계층의 소득 증가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