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또다른 한국인 수석무용수 강효정

입력 2016-07-22 23:06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제공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올라가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하지만 강 단장이 은퇴한 이후에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는 또 한 명의 한국인 수석 무용수가 남아 있다. 바로 발레리나 강효정(31)이다.
이날 공연을 앞두고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난 강효정은 “발레단 입단 후 강 선생님이 계셔서 많이 의지가 됐다. 워낙 까마득한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발레리나로서 본받아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강 선생님은 제가 고민을 얘기하면 잘 들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평소 자기관리의 모범을 몸소 보여주셨다”면서 “강 선생님 덕분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그동안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선생님 은퇴 이후에도 우리 발레단의 다른 레퍼토리들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강 선생님의 뒤를 이어 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무게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내한공연에 이어 이번 은퇴공연에도 출연한다. 강수진이 연기하는 타티아나의 여동생 올가 역이다. 그는 이미 2011년 유니버설 발레단과 2012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타티아나 역을 맡아 호평 받았지만 강수진과 함께 하는 무대에선 올가 역으로도 만족한다. 최근 아킬레스건이 찢어져 통증이 있지만 그는 이번 공연에 반드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다져 왔다. 그는 “존경하는 강 선생님의 은퇴공연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내한공연 당시 강수진(왼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출연한 강효정(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 재학중이던 2002년 로잔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이듬해 장학금을 받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부설 존 크랑코 학교로 유학왔다. 그리고 2년 과정의 발레 아카데미에서 1년을 다닌 뒤 2004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했다.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카데미 2년을 마쳐야만 발레단 입단 오디션을 치를 기회가 주어진다. 원래 로잔 콩쿠르 장학금이 1년이었기 때문에 1년만 있다 떠날 생각이었는데, 앤더슨 감독님이 아카데미 공연에서 나를 좋게 보시고는 입단을 권유하셨다. 운좋게도 아카데미의 남은 1년을 발레단 다니면서 실기시험만 보는 형식으로 해서 졸업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례없는 입단을 했지만 막상 발레단 안에서 그는 그저 어리고 경험 없는 군무 가운데 한 명이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단원 70여명 가운데 독일 국적 단원이 2명에 불과할 만큼 다양한 국적과 인종으로 구성돼 전통적인 명문 발레단 특유의 순혈주의가 없다. 대신 혹독한 자기 연마를 통해 기량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는 처음 1~2년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서 울기도 많이 했다. 그런 그가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은 2006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부터다. 그는 “엄마는 내 첫 번째 팬이었다. 내가 춤추는 것을 정말 좋아하셨다. 그런데 발레단에 입단한 뒤 매일 전화로 우는 소리만 했다”면서 “엄마가 돌아가신 뒤 당시 내 모습이 후회스러워 발레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점점 내가 발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돈키호테'에 주인공 키트리로 출연중인 강효정.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제공

그의 노력은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4월 마침내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는 “솔리스트로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을 처음 맡아 공연한 날이었다. 공연을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앤더슨 감독님이 올라오셨다. 너무 지쳐서 멍하니 있었는데, 모두들 나를 향해 박수치기 시작했다. 나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키겠다는 통보였다”면서 “수석무용수가 된 후 그 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배역도 많이 맡게 됐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전에는 내가 고전에 어울리는 무용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춤을 출수록 모던이나 컨템포러리도 재밌다. 수석무용수로서 좋은 모던과 컨템포러리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동안 내 자신은 몰랐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