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송은이(43)는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어쩐지 쑥스러워서 그렇단다. 사진을 찍는 것도 어색하다고 한다. 그런 송은이가 인터뷰를 자청하고 나섰다. 다음달 26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부코페)’ 연출을 맡게 되면서다.
송은이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대에 웃음을 찾는 건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코미디언들이 함께 해야 했고,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들은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싶었다. 그걸 내가 해보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송은이는 공연 구성, 출연자 섭외, 홍보 등 온갖 일을 다 하고 있다.
송은이가 부코페에 뛰어든 것은 침체된 코미디계와 후배들 때문이다. ‘개그콘서트’(KBS),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코미디 빅리그’(tvN) 등으로 코미디 명맥을 근근이 이어가고는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지지부진하고 대중의 관심도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후배들을 보면 많이 위축돼 있어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아닌데, 생각하는 것만큼 안나오니까 기운이 빠지는 거죠. 공개 코미디는 반응이 아주 즉각적이에요. 후배들이 시청률에 일희일비 하게 되는 거죠. 그게 안타까워요. 오늘 못 웃겼으면 다음에 웃기면 되는데. 기가 죽으면 이게 다시 올라오는 게 힘들어요.”
송은이는 침체된 코미디를 끌어올릴 돌파구로 ‘무대’를 떠올렸다. TV는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다면, 공연은 특정 소수들이 찾아오는 무대다. 그 무대가 궁금하고, 무대에 서는 코미디언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게 공연이다.
“기운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하는 거죠. 개그맨들이 공연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으면 방송에서도 시너지가 생기거든요.”
부코페는 지난해 3만5000명 관객을 모았고, 올해는 5만~6만명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이경규가 참여하고, 유재석도 섭외 중이다. 송은이는 “유재석씨도 긍정적인데 스케줄 변수가 문제”라고 했다.
올해로 데뷔 23년째인 송은이는 코미디의 전성기와 침체기를 모두 겪어봤다. 콩트, 스탠딩 코미디, 토크쇼,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 왔다. 그는 부침 없이 롱런한 드문 여성 코미디언이기도 하다. 비결은 뭘까.
“저는 그냥 직장인이라고 생각해요. 또 제가 못 하는 걸 억지로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욕심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거죠. 그래서 유행어 하나 없이 20년 넘게 사부작사부작 해왔나 봐요.”
송은이의 개인적인 꿈은 오프라 윈프리, 코난 오브라이언처럼 자기 방송을 하는 거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도 그래서 시작된 거다. “크든 작든 제 방송을 하고 싶어요. 그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요. 그래서 하와이 가겠다는 숙이를 ‘봐라, 미국에선 다 이렇게 해’라면서 꼬드겼던 거죠.”
송은이가 추구하는 코미디는 이렇다. “제가 웃기는 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은 안하려고 해요. 좀 덜 웃겨도 무리수는 안 둬요. 그런 것 외에는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