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모(34)씨가 법정에서 “출근길에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고 이를 내 발 앞에 던지고 가 평소와 달리 화가 치솟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해결 차원에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피해망상으로 인한 범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나온 김씨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적개심은 (범행 이유가) 아니다”며 “독립해 강남에서 일을 시작한 때부터 여성들에게 알게 모르게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망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과거 정신적으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나는) 정신·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일반인과 같다”고 했다.
김씨는 재판에 앞서 국선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했다. 이날도 법정에서 “변호인 도움 없이 재판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또 살인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여성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변호인 도움이 필요한 지 다시 생각해보고 다음 기일까지 의견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 가족들에게 “공판기일에 법정 진술 기회를 드릴 테니 의견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김씨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씨는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7분쯤 서울 지하철2호선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피해자 A씨(23·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화장실을 혼자 이용하는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린 후 범행을 저질렀다. 중·고교 시절부터 정신적 불안증세로 병원진료 등을 받았고, 2009년 이후 조현병으로 6회 이상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