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책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21일(현지시간) 평북 금창리 방현공군기지 내 항공기제작소에서 소규모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장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소련제 전투기 미그기를 재조립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운영된 방현공군기지 항공기제작소는 영변 핵시설에서 45㎞ 떨어져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영변에만 핵시설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당국은 탈북자 진술 등을 근거로 북한에 3개 정도의 핵 시설이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이곳에 핵 시설이 있는 게 맞다면 북한이 영변 이외의 장소에서 별도로 우라늄을 농축했고, 확보한 농축우라늄도 알려진 것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ISIS는 믿을만한 미 정부 관계자와 상업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현공군기지 지하 항공기제작 시설 근방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시설은 원심분리기 200~300개 정도를 가동할 수 있는 소규모이고, 연구목적도 있는 초기 단계 시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변에는 원심분리기가 20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현공군기지에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라늄 농축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990년대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장치를 건네받았다. ISIS는 “방현에서 아직도 우라늄 농축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구체적 핵 활동 의혹 제기는 일본 산케이신문이 2000년 6월에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평북 천마산 지역에 핵시설이 있는 것 같다고 보도한 게 처음이다. ISIS는 방현공군기지가 천마산 일대 장군대산 자락에 있는 것도 이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지적했다.
ISIS는 북한과 핵협상을 시작할 경우 방현공군기지 시설을 사찰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며, 북한의 초기 핵활동을 비교적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