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자가면역 뇌염' 새치료법 주목

입력 2016-07-22 09:34
뇌염하면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일본 뇌염’을 떠올리지만 이 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자가 면역 뇌염’이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뇌를 공격하는 질병이다. 기억상실, 의식저하, 뇌전증(간질) 발작, 이상행동 등이 주요 증상이다. 국내에서는 연간 1200여명이 발생하고 있다. 그간 스테로이드 등 고전적인 면역치료 외에는 별다른 대처법이 없었다. 치명률도 20%나 된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순태, 주건, 이상건 교수팀은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는 난치성 ‘자가 면역 뇌염 환자’에게 류머티즘성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리툭시맙’과 ‘토실리주맙’을 사용한 결과, 약 80%의 환자가 완치되거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증상이 호전됐다고 22일 밝혔다.
환자의 뇌척수액을 쥐 뇌조직과 반응시킨 검사. 자가항체 반응이 강할수록 더 진한 갈색으로 염색되는 데, 리툭시맙 치료 후 반응이 소실된 것을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연구진은 자가면역 뇌염 환자들에게 리툭시맙과 토실리주맙을 투여하고 기존 치료를 유지한 그룹과 비교해 효과를 분석했다. 
 우선 고전적 면역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 55명에게 리툭시맙을 투여했고, 60%(33명)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리툭시맙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27명에서는 22%(6명)만이 호전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리툭시맙에도 반응이 없는 환자 30명에게 토실리주맙을 투여한 결과 60%(18명)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두 치료제는 이상 반응 발생 빈도와 심각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자가 면역 뇌염 치료에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함을 확인했다.
 이순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기능이 한번 손상되면 치료가 어렵다는 기존 개념을 극복한 것으로, 자가 면역 뇌염 치료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면서 “자가 면역 뇌염은 심각한 뇌기능 손실을 유발하지만 조기에 진단해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하면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과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학’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