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황제’ 플라시도 도밍고(75)가 오는 10월 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내한 콘서트를 연다.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사실상 한국에서 마지막 공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밍고는 지난 50여년간 테너와 바리톤의 영역을 오갈뿐 아니라 클래식과 크로스오버의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은 ‘세기의 성악가’였다. 한국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쓰리 테너’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 오페라계에서 영향력은 세 명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스페인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자란 그는 1957년 바리톤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1959년 멕시코 국립오페라단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이 바리톤으로 지원했던 그에게 테너 아리아를 시켜본 뒤 테너로 합격시켰다. 이후 1961년 멕시코 몬테레이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로 출연한 후 테너로 전향한 그는 196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프랑코 코렐리의 대역으로 나와 명성을 얻었다.
수려한 외모와 드라마틱한 가창력으로 그는 명실공히 전세계 최고 오페라극장의 단골 주역으로 군림했다. 또한 성악가를 넘어 지휘자로 활동하는 한편 팝가수 존 덴버와 함께 최초로 성악과 팝이 만나는 곡인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로 크로스오버 성악의 문을 열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계의 르네상스맨인 그는 1996~2011년 워싱턴 국립 오페라 예술감독을 거쳐 2000년부터 지금까지 LA 오페라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50년 넘게 최고의 테너였던 그는 일흔을 얼마 앞둔 2009년 바리톤으로 돌아왔다. 독일 베를린 슈타츠 오퍼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의 타이틀롤로 무대에 선 이후 지금까지 바리톤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및 미국, 러시아 오페라를 종횡무진 오가며 4000번 이상의 공연에서 147개 배역을 연기했다. 그처럼 수많은 오페라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한 성악가는 없었다.
내한공연은 1991년을 시작으로 이번이 6번째다. 지난 2014년 내한공연에서는 오페라 아리아 외에 뮤지컬 넘버도 불렀으며 앵콜곡으로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