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김재형 교수, 민사법 권위자…보수 편향 지적

입력 2016-07-21 21:55
“민법은 법전과 체계 속에 고정돼 있는 틀이 아니다. 민법의 안팎에는 상상력으로 채워야 할 많은 공간이 있다…. 법이 세상살이를 규율하는 것이라면 세상살이의 변화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이 법이다.”

김재형(51·사법연수원 18기) 대법관 후보자는 2004년 9월 펴낸 ‘민법론’의 머리말에서 “민법도 변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급변하며 새로운 분쟁이 발생하는 만큼 민법 역시 투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그는 “숙고를 거듭하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법학도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책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교과서로 통했다.

“문학적 상상력만큼이나 법학적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해 온 김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한국 민사법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그는 1992년부터 3년여간 다양한 재판업무로 실무 경험을 쌓았고, 95년부터는 서울대에서 20여년간 민사법을 연구·강의했다. 독자적인 인식과 합리적인 해결을 강조한 그의 논문들은 여러차례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학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민법 개정, 회생·파산법 제정에 관여하며 실무계를 잇는 가교 역할까지 해 냈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가 대통령의 임명동의를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통과하면 2022년 9월까지 6년간 재직하게 된다. 전북 출신으로는 유일한 대법관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을 출신지별로 보면 서울·경기 3명, 충남 3명, 광주·전남 3명, 경북 2명, 부산·경남 2명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자는 대법원 내 진보 성향이었던 이인복 대법관이 빠져나간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보수화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법학도의 자세로 강조하던 유연한 현실 인식을 대법관으로서 지켜갈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법관 후보자 임명제청 과정에서 “여전히 서울대, 남성 중심, 보수성향의 편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