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함유된 3M의 공기청정기 항균필터가 국내 생산·판매업체에 2년 5개월간 최소 118만여개 공급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최근 진행된 환경부 조사에서 OIT가 검출된 가정용 에어컨과 차량용 에어컨까지 포함시키면 시중에 공급된 항균필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OIT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독성물질로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됐다.
국민일보가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3M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공급 현황(2014년~2016년 5월)’을 보면 3M은 이 기간 동안 8개 공기청정기 생산·판매사에 모두 118만 3532개의 항균필터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7개 사에 공급한 118만 2032개의 항균필터가 환경부가 공개한 ‘OIT 함유 항균필터’다. 전체 3M 공급량의 99.8%수준이다. 3M이 공급한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대부분에서 OIT가 검출된 셈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OIT가 검출된 문제의 필터는 대부분 3M이 제조한 필터였다. 환경부가 회수 권고조치하기로 한 공기청정기·에어컨 88개 모델 가운데 87개 모델이 3M 항균필터를 사용했다.
3M은 OIT가 검출된 항균필터를 자진 수거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OIT 함유 항균필터가 시중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3M은 OIT 논란에 대해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지난 7일 3M이 공급한 118만여개 항균필터의 OIT 함유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3M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3M은 항균필터를 사용한 업체들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M은 지난달 일부 판매사에 ‘일부 필터에서 OIT가 검출됐지만 환경부 유독물질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3M의 설명을 부인하자 “자체적인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3M은 환경부가 발표한 OIT 함유 필터 목록에도 일부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3M 관계자는 “OIT가 검출되지 않은 필터도 환경부의 목록에 포함됐다”며 “내용을 검토한 뒤 환경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3M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했고 이후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양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내수용과 수출용을 구분해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항균필터’가 ‘유해필터’로, 업체들 판매량은 ‘모르쇠’-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한여름, ‘생존 필수품’인 에어컨은 순식간에 ‘위험한 물건’이 됐다. 환경부가 20일 유독물질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함유한 항균필터 제품명 88개를 공개하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에어컨, 공기청정기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급속도로 퍼졌다. 공기청정기는 가습기처럼 신생아, 임산부나 호흡기가 민감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데다 올해 ‘미세먼지’ 문제로 유독 인기를 끌었던 탓에 고스란히 ‘역풍’을 맞았다. 뒤늦게 제품 회수가 시작됐지만 일부 업체의 대응은 불신을 키웠다.
3살, 7살 난 아들 둘을 키우는 박모(34·여)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쿠쿠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오다 환경부 발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매달 3만9800원을 납부하는 렌탈서비스를 즉시 해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업체 측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박씨는 “피해를 보상해줘도 못마땅할 판에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필터는 무상 교체한다고 했지만 새 필터가 안전할지도 못미더워 자동이체부터 취소하고 해지 방법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 같은 고객들의 해지 문의가 쇄도했지만 쿠쿠전자는 일방적인 렌탈서비스 해지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환경부가 같은 모델을 중복으로 적어 발표했다고도 반박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OIT가 함유된 모델은 4종류로 총 4만5000~5만개가 국내에 판매됐는데 지난달 모두 단종 처리하고 사용 중인 제품은 현재까지 30%가량 교체됐다”고 말했다.
코웨이 측은 OIT가 함유된 필터가 없으므로 필터 교체나 환불 등의 조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코웨이 관계자는 “환경부가 OIT가 들어갔다며 우리 제품 21개를 공개했는데 이중 국내 판매 모델은 3개뿐이고 여기 OIT가 함유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이미 3M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모(31·여)씨를 비롯한 코웨이 고객들에게는 21일 아침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당사의 공기청정기 중 어떤 제품도 OIT가 함유된 필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전씨는 아예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에어컨은 삼성 제품을 쓰는데 환경부가 공개한 모델명만으로는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전씨는 “미세먼지가 위험하다고 해 공기청정기를 썼더니 공기청정기도 위험하고, 한여름인데 에어컨도 조심하라니 뭘 믿고 쓰냐”며 “올 봄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많이 틀어서 6개월밖에 안된 딸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신모(41)씨도 “아침부터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제품명을 묻는 학부모 전화가 수십 통 왔다”며 “모두 문제없는 제품으로 확인됐는데 불안하다는 의견이 많아 당분간 선풍기만 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필터 교체를 마친 사용자들도 마음을 놓지는 못했다. 김모(30)씨는 “집에 있는 LG 공기청정기는 며칠 전 필터 교체를 받았는데 역시 3M제품이어서 믿음이 안 간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내 판매 모델의 정확한 제품명을 알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제품을 다시 정리해 곧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회수권고 조치에 응하지 않는 업체에는 회수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전수민 최예슬 기자 suminism@kmib.co.kr
[단독] OIT 함유 ‘3M 필터’ 국내 최소 118만개 공급
입력 2016-07-21 17:35 수정 2016-07-2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