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해외방문 귀국 이후 21일 첫 공식일정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연일 제기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논란을 ‘대통령 흔들기’로 사실상 규정하고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우 수석과 관련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단호하게 ‘마이웨이’를 천명한 것은 결국 오히려 향후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 우병우 수석에 힘싣기
우선 박 대통령이 “의로운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고 한 것은 우 수석을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론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하면서 나온 언급이지만, 사실상 우 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 또는 해임 촉구 등을 일축한 것이라는 의미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우 수석이 전날 청와대 춘추관을 직접 찾아 모든 의혹을 거듭 부인한 다음날 나왔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박 대통령이 우 수석 관련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엔 언론의 의혹 제기와 야당의 해임 촉구가 이른바 ‘정쟁’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박 대통령이 상황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론에 떠밀리는 식으로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이 한창이던 2014년 12월에도 새누리당 의원 오찬에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당시 측근 비서관 3인방에 대한 사퇴론이 확산됐을 때도 이런 입장을 보여온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 수석 관련 의혹에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과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또 현재로선 여러 의혹들이 만의 하나 사실로 입증돼 결국 우 수석 사퇴로까지 이어질 경우 박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드 논란에 한층 강력 대응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발언들을 이어갔다. 지난 14일 몽골 방문 직전 NSC에선 “불필요한 논쟁을 멈춰야 할 때”라며 호소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린 회의에선 “불순세력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으면 제시해 주셨으면 한다”며 한층 격한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취소, 재검토 주장에 대해선 ‘그런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회의에서 “국가와 국민 생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분열하고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사드 논란이 소모적 국론분열만 초래한다는 박 대통령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정치권과 국민께서 나라를 지키고 우리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내주 휴가 예정대로 갈 듯
박 대통령은 다음주 당초 일정에 맞춰 여름 휴가를 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연일 제기된 우 수석 관련 의혹, 사드 배치 갈등이 청와대 업무 및 휴가일정을 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가기간 대부분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국정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도 예정대로 부분적으로 휴가를 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오전 NSC를 마친 뒤 오후에는 창조경제 전진기지인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방문, 스타트업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 우병우 수석에 노골적 힘싣기... 사드논란엔 한층 강경
입력 2016-07-21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