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가 21일 브리핑에서 밝힌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3)의 승부조작 방식은 4년 전 프로야구계를 발칵 뒤집었던 전직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30) 김성현(27)의 수법과 같다.
승부조작 브로커와 결탁해 특정 타자에게 고의사구를 허용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는 방식이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33)은 불법도박 사이트 개설에 연루돼 이태양처럼 소속팀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들은 왜 승부조작의 ‘검은 손짓’을 뿌리치지 못했을까. 그리고 브로커는 왜 투수를 표적으로 삼았을까.
불법도박의 베팅 방식 때문이다. 합법적인 스포츠베팅은 프로야구에서 승패 또는 점수의 범위를 맞히는 게임을 진행한다. 반면 불법도박 사이트는 더 많은 경우를 놓고 베팅의 판을 키운다.
선발투수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첫 타자와의 승부에서 삼진을 잡는지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는지, 1회부터 실점하는지, 어떤 타자에게 홈런을 맞는지 등 게임이 다양하다. 오직 투수만 결정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승부조작 브로커는 은밀하게 접촉한 투수에게 특정 상황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거액을 건넨다. 이태양의 경우 지난해 4경기에서 불법도박 운영자와 결탁해 승부를 조작했으며 고의사구 1개를 허용한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투수는 감독의 지시와 다른 공을 던지고, 1회부터 실점해도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아 죄책감을 덜 수 있다. 몸이 덜 풀린 것으로 위장할 수 있어 감독 동료 심판부터 관중까지 모두 속일 수 있다.
브로커는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어린 투수들을 노린다. 이태양, 그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문우람(24‧국군체육부대), 2012년 같은 사건으로 영구제명 된 박현준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때 모두 20대 초중반이었다.
승부조작은 경기의 목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부정행위다. NC와 삼성이 이태양 안지만에 대한 계약해지를 곧바로 요청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해당 선수의 사법적인 판결에 따라 일벌백계의 엄정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