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존 크랑코 발레학교를 가다

입력 2016-07-21 08:36
존 크랑코 발레학교에서 수업받는 학생들.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존 크랑코 발레학교. 학생들이 오는 23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예정된 갈라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매년 갈라공연을 하지만 올해는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의 취임 2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에 포함된 만큼 특별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학생들이 타데우츠 마테츠 교장의 지도 아래 연습하던 작품은 이 학교 졸업생으로 현재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젊은 안무가 데미스 볼피(아르헨티나), 카타르지냐 코젤스카(폴란드), 루이스 스틴스(독일), 파비오 아도리시오(이탈리아) 등 4명이 안무한 ‘사계’다. 비발디의 곡에 맞춰 4명이 한 계절씩 안무했다.

존 크랑코 발레학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부설 발레학교로 1971년 설립됐다. 1961년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온 존 크랑코가 재능있는 어린 무용수를 양성하기 위해 발레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발레단의 위상이 짧은 시간 안에 올라가는 것을 지켜본 주정부와 시당국이 존 크랑코의 제안을 받아들여 1971년 발레학교가 문을 열게 됐다. 서독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발레학교였다. 이후 1973년 존 크랑코가 미국 투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한 뒤 이듬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발레학교 명칭을 변경했다.

존 크랑코 발레학교의 전경.

존 크랑코 발레학교는 엄밀히 말해 ‘존 크랑코 학교’가 정식명칭으로 발레단 부설 발레학교와 직업학교에 해당하는 발레 아카데미의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발레학교는 7~10세가 다니는 예비과정, 10~16세가 다니는 기본과정으로 나뉜다. 예비과정은 오전에는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뒤 오후에 발레 수업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과정은 오전부터 발레 수업이 이루어지지만 무용 이론, 음악, 문학, 어학(독일어와 영어), 사회학, 해부학 같은 수업도 포함돼 있다. 학년당 정원은 20명 안팎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준다.

독일의 직업학교에 해당하는 2년 과정의 아카데미는 원래 18세까지만 들어갈 수 있지만 예외를 인정하기도 한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이 아카데미를 마친 학생들 가운데 신입 단원을 선발한다.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독일 대학 입학 능력시험 자격인 ‘아비투어’를 획득한 것으로 인정돼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존 크랑코 발레학교는 역사가 짧지만 세계 각국에서 학생들이 몰려올 만큼 세계적인 학교로 성장했다. 이날 학교에서도 클래스마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학생들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마테츠 교장은 “학교가 빠르게 발전하고 학생이 늘어나면서 연습실이 많이 부족해졌다. 다행히 지난 2013년부터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슈투트가르트 시 그리고 자동차회사 포르쉐의 후원을 얻어 공사비 5000만 유로(약 630억원)가 투입된 발레학교가 새로 지어지고 있다”며 “포르쉐가 1000만 유로를 부담하기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지금의 발레학교는 주정부가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새로 문을 여는 존 크랑코 발레학교의 모습.

마테츠 교장의 안내로 방문한 신축 발레학교는 2018년 완공을 앞두고 현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발레학교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멀지 않지만 신축 학교는 지금보다 더 가깝다. 마테츠 교장은 “파리오페라 발레학교나 바가노바 발레학교가 원래 발레단이랑 함께 있다가 공간 부족으로 모두 교외로 밀려났다. 하지만 발레학교의 경우 발레단과 유기적인 교류가 필수적인 만큼 떨어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우리 발레학교도 신축부지를 놓고 당초 땅값이 저렴해서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교외를 제안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공사중인 부지는 경사가 다소 가파른데다 도시의 주요 배수관이 지나는 문제가 있었지만 지형을 이용한 설계와 고도의 기술로 모든 문제점을 극복했다”고 자랑했다. 이어 “새로운 발레학교는 학생들에게 최적의 시설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축되는 발레학교에는 현재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과 똑같은 규모의 극장(1400석)도 들어가게 된다.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가 2018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들어가게 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오페라와 발레가 이곳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