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배우들의 열연으로 빚어낸 애국·신파

입력 2016-07-21 00:01
뉴시스

111분짜리 역사 교육용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 손을 잡고 보면 좋을 교육적인 이야기. “애국합시다.”

2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인천상륙작전’은 묵직한 분위기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데다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역사를 다뤘으니 무게감이 남다를 만하다.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을 맡은 이정재와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은 이범수의 극한 대립이 관전 포인트다. 진세연·정준호·박철민 등 조연들이 탄탄하게 뒤를 받쳐준다. 김선아·박성웅·추성훈·김영애 등 카메오들은 깜짝 등장도 반갑다.

가장 기대를 모은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맥아더 장군 역)의 분량은 좀 아쉽다. 거의 특별출연 수준이다. 짧게 짧게 나와 한 마디씩 명언을 던지는데, 이 시간을 다 합하면 15분 남짓 된다. 그 안에서도 리암 니슨은 자신의 클라스를 증명해냈다. 매 신마다 정확한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위에서 영화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고나간다.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한 감독은 “전쟁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와 희생정신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며 “반세기 이상 지난 이야기이지만 21세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인천상륙작전이 아닌 대북 첩보작전 X-RAY와 켈로부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영화는 차별화된다. 전쟁보다 첩보전이 주를 이룬다.

“암살에서 친일파 역을 하고 욕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놓인다”는 이정재는 “첩보물 형식의 시나리오가 흥미롭고 재미있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범수는 인정사정없는 북한군을 연기하느라 꽤나 고생스러웠단다. 그는 “제 자신을 속여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연기를 하기 싫어지더라”며 “애써 공산주의보다 민족주의 쪽으로 해석하며 감정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자녀들과 꼭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이범수는 “우리나라 역사는 당연히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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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배우들의 출연 소감은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했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호국영령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살자’는 메시지를 한 입으로 얘기했다.

진세연은 “6.25전쟁은 영상이나 사진 자료로만 접했었는데 촬영을 하면서 그 참담함과 참혹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런 역사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준호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숨겨진 영웅들을 돌아보게 됐다”며 “역할이 크고 작고를 떠나 배우로서 이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에게 이런 교훈을 전하는 데 저도 일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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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급격하게 휘몰아치는 신파에 다소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겠다. 동료와의 의리, 어머니를 그리는 효, 조국에 대한 충성 등 최루성 이야기들이 망라됐다. 이런 지적에 이범수는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정서라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순 제작비 15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자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야심작. 애국코드까지 갖춘 인천상륙작전이 ‘천만’을 바라볼 수 있을까. 영화는 정전협정의 날인 오는 27일 개봉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