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구속 2차례 기각된 남편...아내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 끊은채 발견

입력 2016-07-20 20:10 수정 2016-07-20 20:34
가정폭력 때문에 경찰이 2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60대 남성이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4일 송모(62)씨가 서울 관악구 자택에서 부인 A씨(58)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고 20일 밝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송씨의 유서에는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두 사람의 장기에서는 약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가정폭력이 잦았던 점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토대로 송씨가 부인을 약물로 먼저 살해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송씨가 A씨를 상습적으로 때린다는 주변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상해 등의 혐의로 지난 3월초와 5월말 2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경찰은 A씨가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송씨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기각된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송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A씨는 남편의 폭력에 “내가 맞을만해서 맞았다. 남편의 죄가 없다”며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았지만 경찰의 설득에 지난달 말 쉼터로 가 남편과 격리됐다. 하지만 A씨는 쉼터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며 남편에게로 돌아갔다.

송씨는 지난달 말부터 부인 A씨에게 “죽여줄게” 등의 협박성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줄곧 보내왔다. 그는 함께 살던 전 부인에게도 가정폭력을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장기에서 발견된 약물의 정확한 성분은 분석중에 있다”며 “격리가 필요하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할 수 없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런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법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는 그 시점에서 제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구속의 사유인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여부에 대해 판단한다. 피해자가 피의자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었던 상황이 많이 참작됐다"고 해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