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양강도의 일부 지역들에서 때 아닌 뱀 포획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20일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한국 국정원이 뱀을 일부러 방생했다는 황당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부터 난데없이 국경경비대에 뱀이 압록강 둑을 넘어오기 전에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이번 당 지시의 핵심은 ‘남조선(한국) 안기부(국정원) 우리의 일심단결을 허물려고 뱀을 풀어놓았다.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뱀 잡이에 나선 군인들은 ‘독사가 육지에서 알을 까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상관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강에 들어서고 있지만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한국이 삐라(전단)나 알판(CD)도 아닌 뱀을 가지고 우리를 공격한다는 것은 세 살짜리 애도 안 믿겠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북한 보안서(경찰) 등 공공기관들에서는 뱀을 봤다는 주민을 내세우면서 지속적으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뱀에 물려 사망했다는 주민도 있다더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양강도 국경지역의 농촌지역에서는 뱀에 물릴까봐 풀베기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매기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농작물 피해에 대한 우려로 한국을 비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장마로 불어난 압록강에서 뱀 사냥을 하게 된 것은 안기부 때문이라는 상부의 주장과는 달리 일부 군인들 속에서는 ‘사상 무장용(用)’이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뱀 소동은 외부 적(미국과 한국 등)의 공격 가능성을 부각해서 200일 전투에 나선 주민들의 정신무장을 꾀하겠다는 계략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농약부족으로 옥수수 밭에 대벌레가 성한 것을 두고도 엉뚱하게 미제의 모략 탓이라고 선전하기도 했었다”면서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뱀을 많이 방사했다면 둑에도 뱀이 득실거려야 할 텐데 아직은 실제로 봤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당의 지시도 무시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