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실패한 쿠데타의 후폭풍이 멈추지 않는다. 터키 정부가 군과 법조계에 이어 교육계에서도 광범위한 숙청을 이어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고등교육위원회는 전국의 대학 학장 1577명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했다. 국·공립은 물론 사립대학까지 포함됐다. 대부분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 사상가 펫훌라흐 귈렌(75)과 가깝거나 쿠데타에 동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다. 터키 교육당국은 쿠테타와 연루됐다고 의심되는 사립학교 교사 2만1000명의 면허를 취소했다.
이날 하루에만 직위해제된 공무원이 500명에 달한다.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지금까지 총리실 257명, 교육부 1만5200명, 내무부 8777명, 종교청 492명이 직위해제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쿠데타 실패 후 직위해제되거나 해고된 공무원은 군인 6000여명을 포함해 4만4000명이 넘었다.
터키의 인구는 2013년 기준 7493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약 1.5배다. 인구에 비해 쿠테타와 관련돼 체포되거나 해고된 사람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 내 바이러스를 청산해야 한다”며 반대세력에 대한 강한 숙청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터키 정보당국이 쿠데타 모의를 사전에 알았으며 쿠데타 시작 전 군 수뇌부에 이 정보가 전달됐다고 터키 일간 휴리에트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터키군 참모본부는 지난 15일 쿠데타 시도 약 5시간 전 정보당국(MIT)으로부터 쿠데타 모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훌루시 아카르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는 이에 따라 군에 장비 이동금지와 기지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는 쿠데타 기도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정부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쿠데타 가담 혐의를 받는 장성이 수십명에 달하는데도 쿠데타 당일 동원된 병력이 많지 않았던 점도 참모본부의 이동 금지명령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파를 제거하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쿠데타를 조작했다는 ‘음모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