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의경으로 군 복무 중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을 이른바 ‘꽃보직’에 앉힌 사실을 숨기고 사실상 거짓 해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은 20일자 1면에서 경찰이 우 수석 아들 우씨를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하면서 규정과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의경으로 입대한 우씨는 지난해 4월 15일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다가 같은 해 7월 3일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서울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22일 우 수석 아들이 의경으로 복무 중이라는 서울신문 보도가 나갔을 때 경찰은 우씨가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된 사실을 숨겼다. 경찰은 우씨가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복무 중이라며 선발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만 강조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뉴스1에 “경비대에 오는 인원들은 경기도 벽제 경찰수련원에서 교육을 받는 상태에서 지원자 중에 선발한다. 키 175㎝ 이상, 체력검증 등 몇 가지 선발기준이 있는데 그 절차를 밟고 우 민정수석의 아들도 선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우씨는 19일 전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옮긴 뒤였다. 이 때문에 경찰이 ‘특혜 논란’을 우려해 이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지방경찰청 운전병은 의경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보직이다. 특히 지방경찰청 차장실은 그중에서도 근무여건이 좋다.
우씨의 전출은 당시 이상철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이 요청해 이뤄졌다고 한다. 우씨는 지난해 12월 이 부장이 서울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함께 차장실로 옮겨졌다. 이 차장이 경비부장으로 있으면서 직접 우씨를 챙긴 것이라면 특혜 시비는 불가피해 보인다. 경비부장은 의경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문제는 경찰이 우씨를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하면서 규정과 절차를 지켰느냐는 점이다. 당시 경찰 내부규정상 의경 행정대원은 현 부대에 전입한 지 4개월 이상 지나야 다른 부대로 옮길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경찰청이 의경 선발·인사배치 관련 규정을 손질하면서 이 기간은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
우씨가 서울경찰청 운전병 근무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7월 3일로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전입한 지 약 두 달 반 만이었다. 전보 제한 기간인 4개월에 크게 못 미친다.
경찰은 우씨의 당시 서울경찰청 근무가 정식 발령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은 “우씨의 소속은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둔 상태로 ‘업무 지원’을 받아 전임대원과 함께 합동근무를 시킨 것”이라며 “막상 일을 맡기면 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통상 한 달 정도 먼저 일을 시켜본 뒤 정식 발령을 낸다”고 말했다.
우씨는 전임 운전병이 제대한 지난해 8월 13일부터 업무를 전담했다는 게 경찰 해명이다. 서울경찰청은 8월 15일 대원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18일 우씨를 운전병으로 정식 발령했다.
그러나 전임자의 말년 휴가 등을 감안하면 우씨는 이미 7월부터 업무를 전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상 전보를 완료한 상태로 형식적 절차만 지켰다는 것이다.
경찰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우 수석의 아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 수석이 청탁을 한 게 아니라면 경찰이 고위직 가족을 ‘알아서 챙긴 것 아니냐’는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이 차장은 “우씨의 운전병 전보와 관련해 우 수석에게 전화를 받은 적도, 한 적도 없다”며 “전임자 등이 추천한 10여명 중 서류심사로 3명을 추렸는데 우씨가 그중 운전 실력과 면접 점수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경찰, 우병우 아들 ‘꽃보직’ 앉혀놓고 거짓말했다
입력 2016-07-20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