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의 이름을 말해 볼래?”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과학’이라고 꼽은 여자 아이에게 아주 쉬운 질문을 던져봅니다. ‘모든 멋진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과학을 좋아한다는 아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답합니다. 와, 정말 뭐든지 만들어낼 것 같은 천재적인 인물이죠.
또래의 다른 여자 아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익히 들어봤던 과학자들의 이름이 쏟아집니다. 벤자민 플랭클린, 토마스 에디슨,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러자 질문자는 하나의 조건을 더합니다.
“‘여성’ 발명가의 이름을 말해 볼래?”
갑자기 아이들의 미간에 주름이 잡힙니다. “음….” 고민에 빠진 소녀들은 끝내 답을 하지 못합니다. 질문이 어렵다며 멋쩍은 듯 웃는군요. “학교에선 남자 발명가들에 대해서만 배웠어요. 지금 깨달았네요.”
잠시 후 영상 속엔 수많은 여성 발명가들의 업적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마리 앤더슨이 만든 앞유리 와이퍼, 타비타 바비트가 만든 원형 톱,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만든 첫번째 컴퓨터 알고리즘, 베르타 벤츠가 만든 브레이크 패드, 이본느 브릴이 만든 인공위성 추진기…. 생소한 이름이지만 분명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입니다.
여성 발명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소녀들은 한층 밝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나보다 앞서 발명한 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건 나도 발명할 수 있다는 자극을 줬다”고요. 한 아이는 “그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벅찬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소녀들이 느낀 감정은 다빈치나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와는 분명 다를 겁니다.
해당 영상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뒤늦게 한글 번역 영상이 퍼지면서 19일 트위터에서만 2만번 가까이 공유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과거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일을 해낸 여성들은 누군가의 발자취 밖에 있다는 걸 소녀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을 다시 한번 볼까요. 과학을 좋아한다는 소녀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없다”고 말합니다. 아마 모든 여성들이, 모든 여자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일 겁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는 없어. 이미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해왔으니까.”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