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수문장이었던 김병지(46)가 선수생활의 끝을 알렸다.
김병지는 19일 페이스북에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년여를 이제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며 “이제 은퇴한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적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에 고스란히 기억돼 있을 내가 있으니,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세 아들 또한 골문 앞의 아빠를 기억하니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진정 행복한 선수였다”고 지나간 세월을 회상했다.
이어 “평범한 가장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된 시간을 보내면서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며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은퇴)이다.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이든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또다시 깨닫게 된다”고 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로 데뷔해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등에서 24년 동안 활약했다. K리그 706경기에서 754실점했다. 3득점도 있다.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는 229차례로 K리그 통산 1위다.
K리그 우승 1회(1996), 준우승 3회(1998·2004·2008), 리그컵 우승 2회(1995·2006), FA컵 준우승 3회(1998·2001·2002)를 그동안 거친 소속팀에서 경험했다.
1995년엔 국가대표로 데뷔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다. 2002 한일월드컵의 일원이기도 했다. A매치 61경기를 소화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꾸준한 기량을 유지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축구 K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골키퍼로 활약하면서 27경기를 30실점으로 방어했다. 지난해 7월에는 K리그 사상 첫 7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전남과 재계약하지 못하고 무소속 신분이 됐다. 선수생활을 계속할 의지는 있었지만 영입에 나선 팀은 없었다. 데뷔 25년 만에 은퇴를 선택하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