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개봉해 68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에서 주연배우로 출연한 곽도원, 황정민뿐만 아니라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남자배우가 있다. 부제 양이삼 역을 맡은 배우 김도윤(35)이다. 김도윤은 극 중 마을에 나타난 외지인으로 출연한 쿠니무라 준을 만나며 걷잡을 수 없이 혼돈에 빠져든다.
스크린에서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곡성’의 해석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영화 중후반부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맡은 김도윤을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건물에서 만났다.
그는 “영화 ‘26년’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나 감독님이 그 영화를 보고 연출부를 통해 연락을 주셨다”며 “오디션을 봤고 한 달 뒤에 함께 하자고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처음엔 ‘곡성’에 출연하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남자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나홍진 감독님 영화에 출연 하고 싶어하잖아요. ‘황해’ 때도 오디션을 보고 싶어서 영화사에 여러 번 찾아갔는데 오디션도 못 봤거든요. 곡성은 먼저 연락이 오고 역할도 너무 커서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나 감독은 배우들에게 구체적인 디렉션은 주지 않았다고 한다. 장면에 대한 해석도 배우들에게 맡겼다. 김도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며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많은 배우가 있었을 것인데 그걸 생각하면 징징댈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내가 스스로 연기를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는 힘들었어요.”
그는 부제 양이삼 역할 대해 “처음엔 일본어 통역을 하려고 가게 됐지만 점차 사건에 끌려들어가게 되는 수동적인 인물”이라며 “주위에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그에 빠져들게 된다. 그 외에 개인적인 해석을 말씀드리는 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김도윤은 함께 호흡을 맞춘 곽도원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제가 헤매거나 할 때 정확하게 잡아줬어요. 연기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셨어요. 많이 의지가 됐어요. 선배님의 연기에 리액션만 잘 하면 됐어요.”
모태신앙인 김도윤은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매 테이크마다 기도했다”며 “(작품을) 시켜주신 것도 하나님이니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촬영을 잘 마치기를 기도했다”고 했다. “어떤 일이 생기고 어떤 작품이 주어지고 어떤 역할을 하든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교회(송중인 담임목사)에 다니고 있다.
김도윤은 대학 때 연기가 아닌 연출을 전공했다. 입학 전 우연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라이브밴드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무대, 연출, 배우 등에 대해 깊이 각인됐다.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연출가가 연습하는 걸 처음 봤을 때는 뭔가 싶었는데 나중에 공연화되는 걸 보니까 이런 매력이 있구나 알았죠. 그때 저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수능을 치르고 제대하고 입학했어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연출전공으로 입학한 김도윤은 학교에서 워크숍 공연을 하면 연기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 동안 영화 ‘몽타주’ ‘마이라띠마’ ‘특별시민’ 등에 출연했다.
그는 “이번 영화로 만난 나 감독님은 저에게 스승 같은 존재”라며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이 알려주셨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심을 지키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채워가면서 ‘곡성’ 오디션 봤을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연기 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